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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옳음의 기준
promind236 2017-10-25 22:42 조회 51

도서정가제-옳음의 기준

전주 상산고 1학년  신원빈

작은 규모의 쌀가게가 여럿 있는 마을이 있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마을 주민들은 그곳에서 쌀을 구매하지 않았다. 새로 생긴 대형 쌀가게에 주문만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집마당까지 배달도 해주고 콩이나 팥을 덤으로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오래된 소형 쌀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소형쌀가게 주인도 마을 주민의 일부였으므로 마을주민 모두의 행복을 위해 고민하던 이장은 고심 끝에 “최대 15% 에누리법”을 만들어 발표했다. 누구에게 사든 그것은 자유지만 쌀자루에 찍힌 정미소 출고가에서 15%넘게 할인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를 두고 정미소와 중소쌀가게 주인들, 마을주민사이에 의견 대립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위 이야기는 2014년 이래로 시행되어온 ‘도서정가제’를 간단한 이야기로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도서를 판매하는 데에 있어서 할인율이 천차만별이었던 도서 시장을 정부적 차원에서 간접할인 포함 최대 15%까지만 할인이 가능하게 한 도서 정가제는 제정하는 과정에서부터 큰 충돌을 빚었다. 출판계와 중소 서점, 소비자 단체 간의 의견 대립이 이루어졌다. 출판계와 중소 서점은 할인율을 더 축소하거나 할인 혜택 자체를 없애는 완전 정가제를 추진하는 반면, 소비자 단체는 자본주의 사회와 자유시장 경제활동에서의 권익을 주장하며 도서 정가제 자체를 반대했다. 따라서 일단 도서 정가제에 관한 사안은 3년 마다 개정하는 것으로 하고 시행하기로 했고 올해 8월 출판,서점업계,소비자 단체의 합의에 따라 다시 3년이 연장되었다.

학생이라는 위치에서 시간을 보낸 지 벌써 10년째이다. 그 10년 동안 우리만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선택의 연속인 인생 속에서 매 순간 판단하는 기준을 서서히 확립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느낀 점은 우리의 가치관 확립에 ‘책’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유는 각양각색이지만 일생동안 청소년기에 책을 가장 많이 접하게 된다는 것은 변치 않는 사실이다. 세월이 흘러 언제 다시 읽어도 의미와 감동을 주는 책들은 오랫동안 보유해도 아쉬움이 남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입시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고등학생이 되면 가치관확립이나 진로관련 책보다는 학습서를 많이 보게되고 적지 않은 참고서나 문제집 비용은 부모님들의 부담이 된다. 가정 형편 때문에 수험서 구입을 망설이는 학생들에게는 ‘수험생’이라는 위치가 큰 짐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더욱이 수험서는 자주 바뀌는 교육과정에 의해 두고 볼 수도 물려줄 수도 없는 특성이 있어 고스란히 새 교재를 구입해야한다. 졸업식이 끝난 뒤 교실 뒤에 산처럼 쌓여있는 책들 중에는 새 책이나 다름없이 깨끗한 것들도 상당수지만 모두 폐지가 될 운명이다. 수험서의 수명은 길어야 3년인 것이다.

이처럼 모든 분야에서 동일한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3년동안의 제도 시행결과 장점과 문제점이 여러가지로 나타났을 것이다. 이런 점을 국민 모두에게 공개하고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보완하며 관계 당사자인 출판사, 서점, 독자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최선의 정책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21세기 사회에는 새롭게 시행되는 정책과 제도에 있어 누구에게나 공평한 ‘옳음’의 기준을 규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이해관계와 이념의 대립으로 인해 의견이 서로 상충되는 것이지, 정해진 확고한 답은 없다. 그렇지만 청소년의 관점에서 판단하건대, 중고서점 및 출판사들과 소비층들 모두가 윈-윈 하기 위해서는 현 제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이기 이전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사회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권리를 행사한다는 것은 곧 의사를 표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소년의 위치에서 바라본 도서 정가제의 현실을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민주시민이 되는 것이 나를 포함한 모두가 지향해야 하는 바라고 생각한다 맑은 하늘과 쾌청한 바람이 책 읽기 좋은 날씨라고 말해준다. 무심코 읽은 오늘의 책 한권은 생각나면 언제든 찾아가도 반겨주는 새 친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