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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잔소리
전재학 2019-05-24 16:14 조회 85

 세상의 우스갯소리 중에 평생 두 여자의 말만 들으면 손해 볼 일이 없다고 한다. 누구누구일까? 하나는 네비(Navigation)의 여자이고 다른 하나는 아내라 한다. 살면서 어느 순간부터 여자 말 들어 손해 볼 것 없다는 말에 필자도 모르게 공감해 가는 게 연륜인가 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그것은 확률상으로 무시할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왜 세상 남자는 이것을 잔소리로 치부할까? 필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고백하건데 과거형의 표현을 쓴 것은 지금은 아니라는 사실을 전제로 함을 주목하시라. 팔불출이라 욕하셔도 감수하겠다. 사실은 사실대로 밝히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 믿고 이를 지면에 공개하는 순간을 필자는 미움 받을 용기로 간주하련다.

 살면서 아내의 잔소리는 필자의 주변에서 늘 유령처럼 배회한다. “김치를 여기저기 들추지 말고 위에서부터 드세요. 양복은 한 가지만 계속 입지 말고 2~3일 간격으로 바꾸어 입으세요. 양말은 뒤집지 말고 제대로 벗어 세탁기에 넣으세요. 음주 후에 차가운 물은 마시지 마세요. 술 한 잔에도 운전대는 절대 잡지 마세요. 물 아끼지 말고 소변 본 후에는 변기의 물을 내리세요. (……)” 일상생활 속에서 눈에 띄는 일은 모두가 아내의 잔소리 대상이다. 솔직히 아내의 잔소리를 듣는 순간은 감정상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대부분이 필자의 잘못된 습관이거나 공동체사회에서 필요한 예절, 건강에 좋은 일이기에 기꺼이 감수한다. 이런 잔소리를 해주는 사람이 아내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16~17세기 네덜란드는 북해의 청어 잡이로 막강한 부를 쌓았는데, 청어를 수조에 넣어 육지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많이 죽었다. 그런데 수조 안에 청어보다 덩치가 큰 바다메기를 넣었더니 청어들이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활발하게 헤엄을 쳐 대다수가 싱싱하게 살아남았다. 여기서 유래된 메기 효과(catfish effect)’라는 말이 지금 이 글에서 남다르게 들린다. 아내의 잔소리라는 가혹한(?) 환경 요인이 오히려 집안의 안녕과 평화, 행복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2010년 기준, 인구 1000명당)가 있다. 상처한 남자는 사망률이 4.2(13.3)나 높았다. 이혼한 남성도 2.7배 높게 나왔다. 반면 남편과 사별한 아내는 2.8배 높았다. 그 차이가 많이 컸다. 왜 그럴까? 남편들은 아내가 곁에 있을 때 누리는 정서적·신체적 이익, 즉 결혼이라는 울타리 안에서의 보호 효과가 아내보다 상대적으로 크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가부장적 전통이 강하고 아내가 주로 살림을 하는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그 정도가 훨씬 크다고 한다.

 가정의 달을 맞아 이 시대 남편들에게 고()한다. 수조 속에서 팔팔하게 살아남으려면 삼식이 소리 듣지 말고 청어처럼 열심히 헤엄치시라. 과부는 잘도 사는데 홀아비는 일찍 간다는 걸 기억하라. 아내의 지겨운 잔소리도 사무치게 그리운 날이 올 것이다. 잔소리가 굳어진 일상은 아내가 옆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있을 때 잘하자. 과거에 모 국회의원은 트위터 댓글에서 밝힌 바 있다. “남편들이여! 아내 말씀 받들어 손해 볼 일 없도다. 잔소리를 보약으로 생각하시라.” 이 시대의 모든 아내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꽃바구니에 담아 전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