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냉전史의 현장… 생태학적 가치 품은 평화 순례지로

1.분단의 상징에서 평화의 아이콘으로

2018-08-13 00:00       안유신 기자 ays@kihoilbo.co.kr

한반도 평화·번영의 시대를 맞이해 경기도의 DMZ가 생태평화지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어느 때보다 평화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지금, 세계인이 찾는 평화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고 있다. 과거 군사적 대치선으로 분단과 냉전의 상징으로 인식되기도 했지만 지속가능한 평화체제 구축과 번영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경기도는 이 같은 DMZ의 변화를 일찌감치 예상하고 2012년 DMZ정책담당관을 신설, 북부지역 DMZ 일원에 대한 정책 개발 및 체계적 관리, 현명한 활용을 위한 보전, 관광 활성화 등 성과를 내왔다. 특히 지난 6년간 국외 기관과 네트워크 구축 및 국제행사 개최, 교류사업 등을 중점 추진해 왔다.

 남북 분단이라는 상황 속에서 ‘특별한 희생’을 감수해 온 경기북부지역의 DMZ는 특별하다. 본보는 올해 한국전쟁 정전협정 65주년을 맞아 세 차례에 걸쳐 남북 평화를 위한 DMZ의 특별한 의미와 다양한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임진각 평화누리
# 1953년 정전협정 체결로 등장한 DMZ

 DMZ(Demilitarized Zone:비무장지대)는 명백한 분단의 증거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로 만들어지며 임진강 하구인 파주시 정동리에서 동해안인 강원도 고성군 명호리까지 무려 총길이 248㎞, 넓이 453㎢의 공간으로 한반도를 가로지르고 있다. 이중 경기지역은 총길이의 41.5%인 103㎞, 총넓이 33.8%인 153㎢를 차지하고 있다. 민통선(CCL:Civilian Control Line)과 인천시·경기도·강원도의 15개 시·군이 해당되는 접경지역, 남북 공용의 특수지역인 한강하구중립지역과 NLL(Northern Limit Line:북방한계선)까지가 DMZ 일원이 아우르는 공간이다.

 사전적 의미로 DMZ는 비무장을 전제로 휴전을 유지하기 위한 완충 지역을 가리킨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북한의 꾸준한 도발로 인해 갈등과 격돌의 현장으로 변질됐던 게 사실이다. 1971년 6월 12일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DMZ의 평화적 이용’이 최초로 제안되는 등 변화의 시도가 있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1991년 ‘DMZ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남북 최초 합의(남북기본합의서)’가 이뤄졌으며, 1998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기도 했다.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는 경의선 및 동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이 이뤄졌으며, 2004년 12월에는 개성공단에서 첫 제품을 생산하는 결실을 얻기도 했다.

 DMZ는 전쟁의 참화 속에서 잉태된 슬픈 ‘과거’를 지니고 있지만, ‘현재’는 전쟁 억지(抑止)와 평화의 완충지대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DMZ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물론 평화통일의 명백한 근거가 돼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역사가 만들어 준 미래의 유산인 DMZ를 생태적 가치가 생산되는 전 세계 유일한 공간으로 조성해야 할 것이다.

# 역사와 안보·생태·문화적 가치를 지닌 평화의 아이콘 ‘DMZ’

 한국전쟁 정전 이후 지금까지 DMZ는 사람의 발길로부터 자유로운 채 자리를 지켜왔다. 이러한 지역적 특수성은 자연스럽게 DMZ의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 됐다. 이를 역사적·안보적·생태학적·문화적 가치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DMZ 서쪽 끝인 한강 하류와 그 주변 지역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반도 역사의 중심이었다. 이곳을 차지한 신라가 고구려와 백제를 포함한 삼국을 통일했고, 이후 패권을 장악한 고려의 수도 개성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시작된 지역이자 남북 교류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위치하던 지역이다. 이어진 조선왕조의 수도 서울 역시 한강 하류에 자리한 채 600년 이상 한반도의 중심 도시로 기능하고 있다. 앞으로 남북 관계가 전향적으로 개선되거나 통일이 이뤄진다면 서울과 평양 중간에 위치한 DMZ의 역사적 위상도 다시 한 번 변화할 것이다.

 

임진각에 있는 한국전쟁 당시의 증기기관차.
3년여에 이르는 한국전쟁 기간 중 세계 16개국 155만여 명의 젊은이가 전투에 참가해 참혹하게 희생당하고 정전을 한 지도 60여 년이 지났다. 하지만 지금도 DMZ에서는 남북한 군인이 중무장하고 총부리를 겨눈 채 대치 중이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세계 유일의 냉전 지역으로서 평화의 시대에도 그 안보적 가치는 여전하다. 이곳을 찾은 전후 세대 모두에게 전쟁이 낳은 비극적인 상황을 보여 주며 이를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새기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활동이 배제된 시간 동안 DMZ의 자연은 풍요롭고 독특한 생태계를 만들며 각종 야생동물들에게 훌륭한 피난처가 돼 줬다. DMZ는 다양하게 분포된 삼림과 계곡, 습지, 갈대밭, 늪지대, 갯벌 등에서 서식하는 수많은 희귀종 동식물들의 천국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불릴 만큼 생태학적 가치가 높다. 65년이란 시간 동안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다 보니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변신했다. 국립생태원의 자료에 따르면 267종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가운데 37.8%가 DMZ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중 사향노루와 산양, 두루미 같은 1급 동식물이 18종 포함돼 있다.

DMZ 숲 속에 사는 백로가족의 모습.
# 살아있는 냉전사의 현장에서 안보관광과 역사교육의 장으로

 2009년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은 한반도의 DMZ(판문점)를 ‘아시아에서 가 볼 만한 곳 25개소’ 중 하나로 선정하며 ‘Step into living cold war history.(살아있는 냉전사의 현장으로 들어가다.)’라고 소개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게 판문점과 DMZ는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관광지로 인식되고 있다.

판문점 전경.
 DMZ가 지닌 전쟁유물과 기록물, 문화자원을 이용해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는 경각심을 갖게 하고 세계 평화를 꿈꿀 수 있도록 인도할 수 있다. 더불어 전쟁 없는 평화를 추구하는 세계인에게는 전쟁역사의 순례지로 인식될 관광과 역사교육의 장이다. 이제 한반도에 불어온 평화의 바람이 DMZ를 통해 세계로 널리 퍼져 나가길 기대해 본다.

  안유신 기자 ays@kihoilbo.co.kr

  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