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속 흉물 빈집, 주거약자 보금자리·쉼터로 전환 착착

4. 일본 도쿄도 ‘빈집 자원’ 활용 주거문제 해결 만전

2018-08-14 00:00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일본은 고령화를 비롯한 인구구조 변화가 가져 온 주거문제 해소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민간 싱크탱크 예측에 따르면 신설 주택 착공 수가 감소해도, 그를 웃도는 속도로 가구 수는 줄어들 전망이다. 주택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면 2033년 총 주택 수는 약 7천100만가구, 빈집 수는 약 2천150만가구로 증가해 빈집 비율이 30.2%를 웃돌게 된다.

 일본은 이미 십여 년 전부터 빈집을 사회문제로 보고 주거정책에 포함시켜 대처하고 있다.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전국 단위의 빈집은행을 구축했고, 기초단체마다 빈집 활용 사업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청년과 가족단위의 주거 약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 신주쿠구가 아이키우는 가정의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지원하는 임대주택
# ‘빈집=자산’ 빈집을 찾아라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역에서 1㎞ 이내에 위치하면서 활용 가능성이 있는 빈집은 전국 48만 가구에 해당한다. 각 지자체는 빈집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빈집은행’을 열어 중개사 역할을 해왔다. 빈집 소유주가 매매·임대 등록을 하면 지자체가 이를 필요로 하는 임차인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빈집은행은 주로 부동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지역에서 효과가 크다. 노후 된 집이 많이 발생하는 지방이나 고령화 등으로 물건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지역에서 활성화됐다. 아키타(秋田) 현은 기초단체의 75%가 빈집은행을 설치한 반면 도쿄도 내 구·시는 빈집은행 설치률이 높은 편은 아니다. 12.3%가 빈집은행을 설치했고, 설치 예정인 곳은 12.3%였다. 일본 정부는 지자체 빈집은행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전국 단위의 빈집은행을 구축하고 확대해 나가고 있다.

 

▲ 광장에 벤치 등을 설치해 마을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급 미스매칭 해소와 새로운 수요창출에 따라 빈집·빈땅의 유동성과 활용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전국 빈집은행에서는 물건정보를 공개 양식에 맞게 구체적으로 제공하고, 거주지역 뿐 아니라 이주 예정이 있는 지역 등 전국의 빈집 정보를 원스톱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소비자의 필요에 맞는 검색이 가능하도록 했다. 민간 부동산사이트와 연계해 매칭 가능성을 증대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도쿄도는 빈집 실태조사를 실시해 빈집 현황과 소유자의 의향 등을 파악하고, 지역 내의 활용가능한 주택을 선별하는 작업을 한다.

 빈집 조사는 준비 단계부터 ▶사전조사 ▶조사방침 결정 ▶빈집 특정과 외관조사 ▶기초지도 구상 ▶빈집소유자 특정 ▶이용실태·의향조사 등 6단계로 진행한다.

 도는 이 같은 조사를 통해 파악한 자료를 전반적인 주거 지원정책에 활용하고 있다.

# 주거복지 공간으로 재탄생 한 도쿄 빈집

 도쿄도는 1998년부터 빈집 비율이 11%를 넘었지만 다양한 빈집 활용 정책으로 그 수가 유지되고 있다. 2013년 도내 주택 수는 총 736만 가구에 총 빈집 가구 수는 651가구로 빈집 비율이 11.1%였다. 도쿄도와 도내 구·시는 주택확보요배려자를 대상으로 한 주택 확보를 목적으로 빈집을 활용하고 있다. 총 주택수의 10%에 해당하는 빈집을 지역의 자원으로 생각하고 주거 약자들을 위한 주택으로 활용한다. 민관협력 단체인 도쿄도 주거지원협의회는 빈집 개·보수 사업을 통해 주거 약자에게 민간임대주택 매칭을 지원한다.

 

▲ 도쿄도 시나가와구에서는 지어진 지 40년 된 빈집이 지역의 고령자와 주민들이 자유롭게 활용하고 교류할 수 있는 북 카페가 됐다. <시나가와구 제공>
도는 주거 약자가 민간임대주택에 원활하게 입주할 수 있도록 관리주택을 3만 가구(2025년 목표)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새 주택을 짓기보다는 기존 주택 활용 방안을 찾는 것이 정책 방향이기 때문에 빈집 활용이 중요하다. 각 기초단체는 민간임대주택 활용에서 나아가 마을의 공동공간(커뮤니티 공간)으로 빈집이나 그 터를 이용한다.

 도쿄도 분쿄(文京)구는 2014년부터 빈집 대책사업을 진행했다. 관리 부족으로 방치된 빈집에 대해 위험도를 구가 조사하고 철거 후 행정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을 따진다.

 구와 빈집 소유주가 협약을 맺고 노후 된 집을 철거하면 구는 2천만 원 이상의 철거비용을 보전한다. 철거 후에는 구가 무상으로 10년간 빌려 주차장, 공동공간 등 지역에 필요한 시설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오오타(大田)구는 빈집을 공익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오오타구 빈집 활용 상담창구’를 개설했다. 빈집을 이용하고 싶은 사람과 제공 의사가 있는 사람을 매칭해 주는 역할을 한다.

 빈집 활용 사례로는 아동시설, 공동 찻집, 게스트하우스, 가정보육원, 어린이 놀이시설 등이 있다.

# 주거지원정책 변화, 인구문제 해결책 될까

▲ 코타니 타케히코 신주쿠구 도시계획부 주택과장.
 도쿄도 오쿠타마마치는 청년 전용 빈집 정보를 제공한다. 빈집은행에 청년 카테고리를 등록해 임대주택의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8월 현재 오쿠타마마치에서 청년만 입주할 수 있는 빈집은 3∼4곳이다. 오랜 기간 비어있던 집은 개·보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물건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도쿄도 외곽에 위치한 소도시들은 시중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청년에 특화된 빈집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고령화의 대안으로 청년인구를 유입시키는 것이 목표다.

 인구가 밀집된 도심에서도 고령화사회에 맞춰 노인층에 집중됐던 주거지원 정책에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 신주쿠구는 ‘세대 결합’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작했다.

 조부모, 부모, 자녀 세대가 같은 집에 거주하기 위해 구내로 전입할 경우 부동산 소개 비용 등을 포함한 이사 비용을 지원한다. 세대 결합으로 홀몸노인의 고독사 등 고령화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면서, 조부모가 보육에 참여함으로써 출산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양육 세대 주거 지원도 같은 목표다. 신주쿠구는 의무교육 대상자인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에게 ‘차세대육성주거지원’을 실시한다.

 구내의 민간임대주택으로 이사를 할 경우 월세 차이를 최대 2년간 보장한다. 한 달에 최고 35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사 비용도 최대 100만 원까지 지원해 구내에서 지속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 올해 하반기 지원 대상은 50가구다. 청년 주거지원책은 일본에서도 고민거리다. 신주쿠구는 올해 처음 청년을 대상으로 한 민간임대주택월세 보조사업을 시작했다. 구내에 거주하는 학생이나 만 28세 이하 직장인이 대상이다. 지역에 살고 있는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정착할 수 있도록 매월 10만 원을 최대 3년 동안 지원한다. 아직은 연간 지원 대상이 30명에 그쳐 이를 확대하는 것이 과제다.

▲ 분쿄구에서 2014년 진행한 빈집대책사업으로 건축 후 56년된 빈집이 광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광장에 벤치 등을 설치해 마을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도쿄도 제공>
 코타니 타케히코 신주쿠구 도시계획부 주택과장은 "단순히 일시적으로 임대주택을 지원하기보다는 구민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동안 고령자들을 지원해왔다면 이제는 혼자 사는 직장인이나 청년들의 주거환경을 보장하는 대책도 확대하려 한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