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 줄 수 있나

2018-08-28 00:00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일본 니카사키 이키 앞바다에는 오직 수동 릴(Reel)을 고집하는 참다랑어(참치)잡이 어부들이 있다.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거친 파도와 폭풍우도 마다하지 않는 그들이다. 200㎏이 넘는 거대 참치를 잡으면 수천만∼수억 원의 돈을 한 번에 챙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오직 얇은 외줄에 의존해 기계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참치를 낚아 올린다.

 이키의 어부들이 첨단 기계에 의존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다. 참치의 몸을 태우지 않기 위해서다. ‘몸이 탄다’는 말은 기계의 빠르고 과도한 낚시 줄 당김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참치가 강직 현상을 일으켜 육질의 훼손과 변형이 가해진다는 의미다. 이키의 어부들은 드넓은 바다에 미끼를 던지고 입질을 기다리다 참치가 물면 릴을 잡아 당기기보다는 거꾸로 릴을 한껏 푼다. 참치가 얌전해지면 다시 릴을 감고 거칠어 지면 릴을 풀어주기를 반복하다가 참치가 제 풀에 지칠 때를 기다린다. 몇 시간이고 이어지는 일진일퇴의 공방 속에서도 어부들은 초초한 기색이 없다. 배 아래로 당겨진 참치의 급소를 작살로 찌른 뒤부터는 어부의 동작은 민첩하게 바뀐다. 참치의 꼬리를 잘라 고인 피를 순환시키고 아가미 쪽으로 내장을 통째로 들어 낸 뒤 얼음이 가득한 냉장실에 녀석을 넣는다. 부패를 막고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이 조치는 몇 분 만에 끝난다. 과연 기다림의 대가라고 할 만하다.

 반면 새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막 지난 시점에서 적폐청산과 경제민주화, 소득주도성장을 주창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야권과 기득권 세력은 수십 년간 누적된 우리 경제의 집합적 결과로서의 각종 통계지표가 현 정부 들어 어느 날 갑자기 생성된 것인 양 비난 일색이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함께 보완하고 조언하기보다는 바닥으로 잡아 끌어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이키의 어부들이 목숨을 걸고 거대 참치와 사투를 벌이는 목적은 자신을 위함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생존을 위함이며 그렇기에 그 기다림과 집념은 어리석거나 틀리다고 평가받지 않는다. 정의와 공정, 소득격차 완화 등의 가치는 긴 기다림 속에도 훼손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