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스럽다

2018-09-05 00:00       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미용사: "염색 끝났습니다. 색깔 너무 잘 나왔어요."

손님1: "당황스럽다. 나 내일 입대한다."

미용사: "어∼머리 대칭이 하나도 안 맞네. 어디서 자르셨어요? 거기 가지 마세요."

손님2: (손가락으로 미용사를 가리키며) "당황스럽다. 이 사람한테 잘랐다."

손님3: "저기요. 얼마나 기다려야 돼요?"

미용사: (잡지책을 건네며) "아∼죄송합니다. 고객님. 이것 보시면서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손님3: "당황스럽다. 배달잡지를 줬다."

모 공중파 방송의 간판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코너의 하나인 ‘당황스럽다’다. 예상 못한 반전 개그로 단숨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개그 코너이기에 웃음으로 승화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 이 같은 상황을 맞닥뜨리면 웃음은 이내 ‘쓴웃음’으로 변한다.

 국가권력과 지방권력을 막론하고 전임 정권에 빌붙어 단물이란 단물은 다 빨아먹던 치들이 정권이 바뀌자 느닷없이 정의의 사도인 양 굴며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훈장질을 해대는 꼬락서니는 참으로 당황스럽다. 전임 정권의 커다란 잘못은 눈감고 사소한 공적은 한껏 뻥튀기하며 용비어천가를 불러대던 이들이 세상이 변했는데도 여전히 이선희의 ‘아! 옛날이여’를 목청껏 불러대는 웃픈 현실은 당황스러움 그 자체다.

 협치를 입에 달고 살던 이들이 주류가 되자 언제 그랬나는듯 협치 따윈 헌신짝처럼 버리는 모습도 당황스럽다. 마찬가지로 자기 눈에 들보는 못보던 족속들이 남의 눈에 티끌을 발견하자 죽기살기로 물어뜯는 꼴도 당황스럽다.

 ‘내 편 이겨라’며 대놓고 응원하던 일부 언론들이 ‘남의 편’이 이기자 ‘우리 편’이 이겼다며 공신 행세하는 파렴치도 당황스럽다. 선거캠프에 잠시 몸담은 경력을 바탕으로 호가호위하며 물색없이 나대는 이를 보는 것도 당황스럽다. "저 사람 요구 들어주지 않으면 불이익 받는 게 아니냐"며 진지하게 묻는 공직자의 태도도 당황스럽다. 당황스러운 상황을 도처에서 보는 것도 당황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