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문화가 있는 물길 본보기 삼아 ‘활력 충전’ 안식처로

[다시 쓰는 인천 하천 이야기]<4> 서울엔 청계천, 그럼 인천에는?

2018-09-11 00:00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승기2교 인근 승기천 초입 전경.
물이 굽이치는 징검다리는 ‘꺄르르∼’ 웃음소리를 연발하는 연인들에게 추억을 쌓는 디딤돌이었다. 둔치의 돌 축대 의자는 퇴근길 신혼부부에게 고단한 하루를 씻겨내는 호젓한 쉼터였다. 자전거길은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활력을 충전하는 샘터였다. 시원한 물줄기가 내는 소리를 들으면서 뛰고, 달리고, 걷는 동안 근심을 훌훌 털어낸 소시민들의 얼굴에는 금세 생기가 돌았다. 지난 7일 오후 7시 관수교와 수표교 사이 서울 청계천에 동화한 군상들의 모습이었다. 그곳에는 일상이 투영된 여유로운 삶이 있었다. 살아서 꿈틀대는 문화도 흐르고 있었다. 요란스럽지도 않으면서 정취가 배어 있다. 그곳은 분명 물길이 가져다준 안식처였다. 청계천은 그렇게 하천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었다.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5.8㎞) 사업은 공사를 시작한 지 2년 3개월 만인 2005년 9월 결실을 맺었다. 인천의 하천살리기보다 그리 일찍 시작한 사업도 아니다. 인천의 5대 하천살리기 사업은 대부분 2004년에 시작해 2007년 마무리했다. 청계천 복원 사업은 서울시의 집중 투자로 인천의 하천살리기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투입된 것은 사실이다. 3천867억 원으로 인천의 1천140억 원보다 3.4배나 많이 들었다. 하지만 청계천에는 인천의 하천이 갖지 못한 ‘사람’과 ‘문화’가 있다. 청계천은 찾고 싶은 곳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인천의 하천은 그렇지 못하다. 꾸며는 놓았을지언정 사후관리에 관심을 쏟지 않았다. 단장을 해놨으니 올 테면 오고 말 테면 말라는 식이다. 하천살리기운동으로 꾸며진 승기·장수·굴포·공촌·나진포천 등이 거의 그렇다.

 

▲ 서울시 청계천 모습.
청계천은 다르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변신에 변신을 더하고 있다. 서울시는 위·수탁 계약을 맺고 청계천관리처를 별도로 두고 있다. 관리처의 인원만 해도 80여 명에 이른다.

 눈에 띄는 것은 생태팀(15명)과 시설팀(35명) 등 관리 부서뿐만 아니라 문화 행사를 전담하는 문화디지털팀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청계천관리처는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시민들이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서울시는 청계천 시설 관리에 연간 82억여 원을 쓴다. 산책로(20㎞)와 수문(247곳), 녹지(25만㎡), 조명(9천43등), 침전지(1만5천840t) 등을 관리하는 예산이다. 남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연간 17억 원에 이르는 유지용수(연간 1천830만t) 공급비용을 탓한다. 청계천에 물을 흘려 보내는 데 ‘돈을 물 쓰듯 한다’며 타박한다. 용지용수 공급비용은 청계천 전체 관리유지비의 22%를 차지한다. 하지만 시민들이 누리는 문화적 혜택에 비하면 유지용수 확보 비용 17억 원쯤은 부담해도 아깝지 않다. 서울시는 문화 행사를 기획하는 청계천관리처의 문화디지털팀에 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두물머리 청혼의 벽’, ‘오간수교 수상무대 공연’, 청계광장, 문화광장, ‘모전교~광통교 쌈지카페 운영’, ‘청계천거리예술가 운영’ 등 매혹적인 문화공연으로 놀이마당을 연다.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마련해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2016년 청계천을 찾는 이들이 1천805만3천 명에 달했다. 외국인 단체방문객도 같은 해 64만 명에 이르렀다. ‘도심 속의 문화’ 청계천은 이제 단순한 하천이 아니다. 그 물길은 이제 산업의 한 축이다. 서울시는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일요일 오후 10시까지, 공휴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청계천 2차로 일방통행로를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한다. 이때면 청계천 주변은 먹고, 놀고, 즐기는 별천지로 변모한다. 해가 지면 벼룩시장이 자연스레 세워진다. 청년들은 수제품을 들고 나와 장마당을 펼친다. 창업과 일자리가 늘고, 소득이 창조되는 물길로 탈바꿈한다.

 청계천에 비하면 인천의 하천은 죽어 있다. 2007년 5개 하천 38.56㎞의 물길을 새로 꾸몄건만 문화도 사람도 없다. 창의적 발상은 물론이고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주인의식의 부재다.

▲ 서울시 청계천 모습.
 2005년 12월의 일은 이를 극명히 보여 준다. 송도 해안도로 확장 공사의 시공사인 대우건설·현대건설·대원건설산업·영동건설 컨소시엄이 공사 수주 조건으로 승기천 끝단인 남동산업단지 유수지(61만3천㎡) 수질 개선을 들고 나왔다. 23억 원을 들여 제1유수지의 퇴적 오니를 걷어낸 뒤 그 자리에서 25만6천㎥의 양질의 토사를 캐서 송도 해안도로 확장 공사의 성·복토재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대우건설 컨소시엄의 제안이었다.

유수지 수질을 개선하고 복토재를 확보할 수 있는 1석2조의 길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었다. 당시 남동산단 유수지 수질은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이 L당 113㎎으로 하천수질 5등급 환경기준(L당 10㎎)의 11배나 초과했다. 총질소와 총인도 환경기준치보다 10배가량 높았다. 하지만 공사를 따낸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제1유수지의 퇴적 오니(추정치 49만1천㎥)를 걷어낼 경우 현행법상 폐기물이어서 처리비만 280억 원이 든다며 수질개선사업을 포기했다. 대신 유수지에서 확보하기로 한 토사는 외부에서 반입해서 사용했다.

 시는 약속을 어긴 대우건설 컨소시엄 측에 책임을 묻고 따지지도 않았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은근슬쩍 없던 일로 숨겼다. 그러면서 시는 2014년까지 모두 240억 원(국비 115억5천만 원, 시비 124억5천만 원)을 들여 남동산단 유수지를 친수공간으로 꾸민다고 발표했다. 죄다 헛말이었다. 남동산단 유수지는 여전히 1992년 조성됐을 당시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친수공간은커녕 남동산단 입주업체와 주변 지역의 오·폐수가 흘러들고 있다. 남동산단 유수지는 흉했던 옛 몰골 그대로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