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은 이웃집 아저씨가 아니다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역사소설가

2018-09-11 00:00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주 시진핑 주석이 나흘 동안 무려 31명의 정상들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FACAC) 정상회의를 전후로 한 ‘번개 회담’이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개별 약속을 정리해 "2015년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약속한 600억 달러 자금 지원은 이미 지급됐거나 예정돼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시 중국은 아프리카에 60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개막식 연설에서 약속했다. 지원금은 무상원조 150억 달러, 신용대출 200억 달러, 개발금융펀드 100억 달러, 아프리카산 수입품 융자펀드 50억 달러, 중국 기업의 투자 100억 달러로 구성된다.

 그리고 덧붙여 "최저 개발국, 심각한 채무를 가진 빈국, 내륙 개도국, 섬 개도국 등에는 2018년 만기인 정부 간 채무를 면제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중국과 아프리카의 교역액이 1천700억 달러였음에 비춰보면 엄청난 액수다. 서구의 다수 연구소에서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추진하는 인프라 프로젝트의 절반 정도가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의 투자는 해당 국가의 ‘성장’이 아닌 손실과 막대한 채무 부담만을 떠안겼다"고 주장하지만, 아프리카의 대다수 국가들은 "발전을 위해서 인프라가 필요하고 그를 위한 자금 지원은 중국뿐이다"라고 한다.

 물론 중국의 지원이 아프리카에서는 보통 고마운 일이 아닐 터.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해 ‘똥통(shithole) 국가’라는 모욕적 표현을 사용해 관심이 없다고 한 점을 비춰 생각해보면 아프리카의 입장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시 주석의 ‘통 큰 약속’의 배경에는 안보적 고려도 있겠으나 일대일로의 완성을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성장 잠재력이 큰 미개척 시장 아프리카의 맹주로 자리매김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나 중국의 패권을 세계 곳곳에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중국 선전(深川)을 보면 보다 분명해진다. 그곳은 1970년 후반까지 한적한 바닷가 가난한 지역이었다. 목숨을 걸고 홍콩으로 탈출하려는 빈민들이 야심한 밤을 노리던 곳이기도 했다. 그곳을 경제특구로 지정하면서 개혁·개방의 깃발을 꽂아준 사람이 덩샤오핑이었고 최근까지 그의 조각상이 기념비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도광양회(韜光養晦 : 숨어서 실력을 기름)를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패권 추구를 반대하고 1인 지배와 개인숭배로 상징되는 마오쩌둥의 유산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주석 임기제, 집단지도체제, 당·정의 분리를 실시한 그였다. 개혁·개방 40년의 성과는 자타가 인정하듯이 덩샤오핑의 공로였다. 그랬는데 시진핑은 분발유위(奮發有爲 : 해야 할 일을 적극적으로 한다)를 내세우면서 덩샤오핑의 역사를 모조리 뒤집고 새로운 마오쩌둥으로 자신의 위상을 정립해가고 있다.

 이미 선전의 서커우(蛇口)박물관 입구에 있던 덩샤오핑의 조각상은 철거됐고 그 자리에 시 주석의 ‘말씀’이 적힌 대형 패널이 섰다. 1인 지배를 막기 위한 국가주석 임기제는 폐지됐으며 공산당의 전일적 영도가 확정됐다. 이 같은 노선 변화를 미국과의 무역전쟁 결과물로 보는 시각도 있긴 하다. 어느 정도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애국심과 단결을 강조하면서 국내의 비판 목소리를 철저하게 잠재우고 인류의 운명공동체를 명분으로 내거는 건 결코 ‘대국(大國)’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시 주석은 아프리카 정상들에게도 ‘운명공동체’를 전면에 내세웠다. 중국과 아프리카가 동고동락(同苦同樂)의 운명체라는 것이다. 현실은 어떠한가? 중국의 자금 지원을 받은 많은 국가들이 ‘부채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항구를 내주고, 군사기지를 제공하고, 빚을 탕감 받기 위해 친중국 노선을 더욱 강화해 예속화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우리가 사드를 배치했을 때 온갖 압력과 유커의 여행 금지 등등 한국을 압박한 그다. 일본의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일본의 기술적 우위에 대해 하고 싶어도 못했던 것이다. 따라서 시 주석의 언행은 그리 믿을 바가 아니다. 요즘 친중국 내지 ‘미국 탓에 중국의 압력을 받았다’고 여기는 듯한 기류가 스멀거리고 있다. 진정 우려스러운 일이다. 시 주석은 맘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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