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 국회 비준에 반헌법적 요소 많다

장순휘 정치학 박사/문화안보연구원 이사

2018-09-13 00:00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 장순휘 정치학 박사
민주국가의 헌법은 대부분 중요 조약의 비준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통해 국민적 지지를 획득한다. 물론 서명된 조약에 대해 비준권자가 반드시 비준해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비준 거절에 대해 정치적 ·도의적 비난을 받을 수는 있으나 국제법상 불법행위는 되지 않는다.

 사정에 따라 비준을 거절할 수 있고, 또한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한 경우에는 비준을 거절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에 신중을 기해야 할 몇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로 판문점선언 비준 요구는 현재의 대한민국 헌법에 근거해 ‘반헌법적’ 개연성이 있다.

 국회 비준은 북한에 대한 ‘국가 인정’을 전제하기 때문에 한반도의 ‘2국 2체제’로서 분단의 기정 사실화가 되면서 ‘반국가단체’로 정의한 북한과 연계된 관련 법과 법률체계가 훼손되는 후속적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의 영토적 가치가 훼손돼서 북한지역은 대한민국 영토에서 제외된다.

 특히 ‘평화적 통일’의 영토적 목표가 상실되면서 ‘남북연방제’가 불가피하고 종전선언에 이은 평화협정체결 후에는 ‘민족자주의 원칙’에 발목이 잡혀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연합사 해체가 요구될 개연성이 있다. 그리고 북한의 대남적화 전술적 측면에서 판문점선언은 여기저기에 잘 포장이 된 언어적 기만성이 엿보인다.

 헌법 제66조 제3항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와 헌법 제68조 대통령 취임선서의 "조국의 평화적 통일"도 수정이 불가피해 ‘남북 분단의 평화 관리유지’로 책무의 개정이 불가피하다.

 이처럼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은 국가 가치의 전도(顚倒)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판문점선언은 헌법 제60조 ①항의 동의권에 갖춰야 하는 국가 간 조약이나 입법사항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비준을 요구하는 것이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남북관계의 공동선언이 무효화되는 것을 원천봉쇄해 정권의 치적관리 차원에서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 봐야 한다.

 둘째로 현재 진행형인 판문점선언의 독소조항을 보자면 우선 제1조 ①항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협의들을 철저히 이행함"이라는 문구에서 ‘이미’의 범위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과 1991년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포괄하는 것인지 아니면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과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부터인지를 묻고자 한다.

 모든 선언이라면 비준의 가치가 있을 수 있다. 특히 ⑥항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에서는 ‘10·4 남북공동선언’ 제3조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을 적용해보면 서해상의 NLL(북방한계선)이 자동 폐기되면서 적의 서해상 침투에 사실상 무방비가 되는 국가안보의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것을 심사숙고해야 한다. 내용상 판문점선언은 노무현 정부에서의 10·4 선언의 유업을 계승한 것으로 공통점이 많다.

 솔직히 남북관계가 무슨 ‘선언’이 부족해서 이 지경이 된 것은 아니다. 북한이라는 집단생태적 호전성과 모순성과 적화노선 때문에 분단의 갈등과 전쟁의 위협 그리고 핵전쟁의 공포 속에 8천만 민족이 살아가게 된 것이 아닌가? 과연 북한의 진정성도 모른 체 일방적인 수순으로 판문점선언을 비준하는 것은 김칫국부터 마시는 현대판 송양지인 같은 ‘한문지인(韓文之仁)’이 되는 것은 아닌가?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고자 한다면 북한당국에 질의하라. 북한 헌법 ‘서문’에서 ‘핵보유국’과 제4장 제60조 ‘전군간부화, 전군현대화, 전민무장화, 전국요새화’를 삭제할 수 있는가? 조선노동당 규약 ‘서문’에서 ‘조선로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몰아내고’를 삭제할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한 답을 듣기 전에는 국회 비준은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처럼 스스로 자해(自害)하는 어리석음이 될까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