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파문의 와중 속에서도 예정대로 개최돼 기대를 모았던 적십자회담이 합의사항을 도출해내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와 추가 이산가족 상봉사업, 6.25 전쟁시기 및 이후의 행불자 파악 등에서 서로 이견을 보여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회담 결과를 놓고 크게 낙담할 일은 아니다. 다음달 중순께 다시 실무접촉을 가질 예정이라고 하고 이번 회담에서도 면회소 설치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간다는 자세로 나간다면 일정 부분 성과는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양쪽 대표단은 고성군 온정리 조포마을 `닭알바위' 부근의 이산가족 면회소 부지를 함께 둘러 봤다. 북측이 면회소 부지를 이미 확보해 놓았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였던 면회소 설치에 한 걸음 바짝 다가섰음을 보여준다. 금강산 면회소 추진사업단을 구성해 빠른 시일 안에 착공하기로 했다는 말까지 나온것을 보면 최소한 면회소 설치에는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이산가족 문제를 안정적으로, 제도적으로 풀어 나가는 데 면회소 설치만한 해결책이 없고 그 때문에 남측에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촉구해 왔다. 이번 회담에서 비록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북측의 적극적인 입장을 확인한 것은 의미가있다고 본다.

면회소 완공 전까지 이산가족 상봉사업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누구로부터도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 금강산여관이 보수공사에 들어가 현실적으로 난점이 있다고 하나 그 어려움은 이산가족들의 수십 년 비원에 견줄 바가 아니다. 면회소는 면회소대로 추진해 가면서 어떻게든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하루라도 더 빨리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전쟁 당시 및 그 이후 행불자들의 생사확인도 한시가 급한 일이다. 당초 약속을 상회하는 다섯차례의 상봉사업을 성사시킨 북측이 앞으로도 성의를 다해 주길 당부한다.

이번 회담 결과를 두고 남북 간에 틈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불길한 징조가 아닌가 하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면회소 설치 합의만큼은 가능했던 것 같은데 그 마저도 없이 빈손으로 돌아와 걱정이 커지는 것 같다. 핵문제 때문에 인도주의가 훼손당해서는 안 되고 남북관계가 뒤틀려져서는 더더욱이나 안 될 일이다. 이산가족 상봉사업을 포함해 개성공단 개발, 임진강수해방지, 철도 도로연결 등 교류협력 사업은 차질없이 줄기차게 이어져야 한다. 그것이 핵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