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에서 노장 감독 김응용(61.삼성)-김성근(60.LG) 감독의 지략이 대결이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환갑을 넘긴 김응용, 김성근 감독은 현역 감독 가운데 단둘 뿐인 60대 감독으로 서로 말을 터놓고 지내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또 감독 다승 랭킹에서도 두 감독은 2일 현재 각각 1천314승(김응용)과 871승(김성근)으로 사이좋게 1, 2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이들은 각각 한일은행 간판 타자(김응용)와 기업은행 에이스(김성근)였던 아마 시절부터 국가대표팀에서만 한솥밥을 먹었을 뿐 그라운드에서는 줄곧 적이었다.

김응용 감독은 지난 60~70년대 박영길 전 삼성감독과 더불어 한국 최고의 강타자로 이름을 날렸고 비슷한 시기 김영덕(전 빙그레 감독), 신용균(현 삼성 코치) 등과 재일동포 투수 3인방으로 통했던 김성근 감독도 63년 실업야구춘계연맹전에서 기업은행 에이스로 활약하며 팀을 창단 1년 만에 정상에 올려 놓았다.

또 국내에서 지도자의 걸으면서 두 감독 모두 똑같이 탁월한 지도력을 인정받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만큼은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김응용 감독은 해태 시절에는 9차례(9전 전승)나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에 올려놓아 '우승 제조기'로 불릴만큼 주가를 높였다.

반면 김성근 감독은 8수 끝에 올 시즌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보는 감격을 누릴 만큼 한국시리즈와 인연이 멀었다.

86년 당시 OB 베어스를 이끌면서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에게 2승3패로 석패해 한국시리즈 도전에 실패한 뒤 지도자 생활 20년 동안 모두 7차례나 한국시리즈의 문을 두드렸지만 줄곧 실패만을 맛봤다.

또 87년 두번째 도전에서 당시 해태 타이거즈를 이끌던 김응용 감독과 맞붙었지만 2승3패로 무릎을 꿇었고 89년에도 태평양 돌핀스로 옮겨 전년도 꼴찌팀을 일약 3위로 끌어올려 명감독이라는 칭송을 받았지만 역시 김 감독에게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지도력에서도 양 감독은 뚜렷한 개성을 나타내고 있다.

김응용 감독은 과감한 승부수, 상대 감독의 의표를 찌르는 투수 기용, 개인보다 팀을 우선하는 작전 등 특유의 승부사적인 용병술로 유명하다.

반면 김성근 감독은 혹독한 훈련과 재일동포로 젊은 시절 배운 일본야구의 영향을 받아 철저한 데이터를 중시하는 관리야구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타입.

이번 한국시리즈를 통해 창단 후 21년 동안 묵은 삼성의 한을 털어내기 위해 나서는 김응용 감독과 21년간 6개 구단을 유랑하며 키워온 우승의 꿈을 이번에는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김성근 감독.

하늘은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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