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가 동북아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중국 경제의 무서운 부상과 더불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동북아 시대에 부응한 한국의 능동적 대응으로 나타난 것이 참여정부의 `동북아경제중심추진' 국가 아젠다이며, 동북아경제중심 즉 `허브 코리아' 국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프로젝트가 경제자유구역이다. 경제자유구역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노조는 물론 학계에서도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우선 특정지역의 지정을 통한 선택과 집중 발전보다는 균형발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참여정부의 국정과제에는 경제자유구역과 함께 국가균형발전도 포함되어 있다. 정부는 지방 중 경쟁력이 있는 곳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선정해서 집중 발전시키고 이것이 다른 지역에도 파급됨으로써 단계적으로 국가의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논리로 일견 모순인 두 정책의 조화를 설명하고 있다.


경제 재도약을 위한 마지막 카드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또 다른 반대는 전면적 개방론자에게서 나오고 있다. 일정 지역을 지정해 개방하고 특혜를 주어 외자나 외국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중국 같은 개도국에서나 의미가 있으며 한국 같이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는 단계에서는 국가차원에서 전면적 개방과 제도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반론들에도 경제자유구역은 우리나라가 경제의 재도약을 통한 선진국 진입을 하기 위해 내놓은 마지막 카드라 할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의 성공 요건 중 중요한 몇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및 경제자유구역 간의 책임과 역할 분담이다. 중앙정부는 인프라와 법적 제도적 여건의 조성을 책임져야 한다. 지방정부는 경제자유구역에 대해 지역차원에서의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자율권을 주는 데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경제자유구역청은 동북아시대 첨병이라는 소신과 사명감을 가지고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행정 서비스를 통해 외국 경쟁도시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인천경제자유국역청 출범 이후 중앙으로의 이관 문제가 계속 거론되고 있다. 일단은 시의 건의로 현 체제가 유지되는 것으로 정리되는 듯하지만 문제는 계속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경제자유구역의 행정구역 상의 지위나 구조, 성격 등에 관한 보다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연구와 검토가 필요할 것이나 우선은 중앙정부가 당초 약속한 행·재정적 지원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잘못하면 중앙과 지방정부 간의 관할 싸움으로 비쳐질 수 있다.
 
두 번째 중요한 요소는 경제자유구역 주민의 의식 문제이다. 지정에 따른 발전 기대감으로 많은 주민이 반기기는 했지만 정작 이에 따른 희생과 부정적 측면은 생각하지 못하기 쉽다. 경제자유구역이 성공하면 그 지역은 외국인과 타 지역 사람들이 정착하게 되고 단기적으로 원주민은 오히려 밀려나 역차별을 받게 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지역발전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고 결국 모두에게 윈-윈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민들이 좀더 여유와 관대함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국의 경제특구가 성공하게 된 요인이 홍콩의 경우에서 보듯이 비록 당초에는 강제로 뺏긴 것이라 하더라도 외국인에게 땅을 조차해주고 100년이 지나서 다시 회수해가는 그런 여유있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최근 제2연륙교를 둘러싼 논란도 관계당국이나 시민단체가 사안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인식해 상호이해와 양보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짐으로써 하루빨리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긴요하다.


교육경쟁력 확보가 성공의 관건

 
경제자유구역의 성패를 가름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교육경쟁력의 확보다. 외국인의 생활환경 조성 차원 뿐만 아니라 경제자유구역 내에서만이라도 교육 개방을 통한 국내외 교육기관의 경쟁을 통해 교육경쟁력 제고가 이루어지고 이것이 다시 비즈니스나 경제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교육기관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해소되고 합작이 가능하도록 법제도가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시범사업으로 송도에 외국의 명문대학원이 참여하는 (가칭) `동북아 테크노-비즈니스 대학원' 등이 설립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경제자유구역에서 활동할 국제 수준의 통상비즈니스 전문인력이 양성되는 것이야말로 우리나라와 인천경제자유구역이 동북아의 중심 국가와 도시로 발전해 나가는 첫걸음이자 관건이 될 것이다.

박제훈 객원논설위원(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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