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28)이 흔들리고 있다.
 
차태현이 주연을 맡은 MBC TV 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이 예정된 20회를 다 채우지 못하고 18회로 막을 내린다. 96년 `해바라기'로 주목받아 조연으로 내공을 쌓았고, 주연급으로 올라선 이후 `흥행(시청률) 보증수표'였던 차태현으로서는 치욕적인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차태현은 최근 영화계에서도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지현과 호흡을 맞춘 `엽기적인 그녀'로 흥행배우 대열에 올라섰으나 최근 출연작들이 평단의 혹평을 받거나 흥행면에서 저조한 기록을 보이고 있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는 전국 관객 300만여명이 들어 흥행에는 성공했으나 좋은 평을 받지 못했고,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는 차태현이 왜 출연했는지도 의아할 정도였으며 흥행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박중훈과 공연한 최근작 `투가이즈'는 전국 100만 관객은 넘겼지만 두 사람의 이름을 보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개운치 못한 기분으로 돌아가야 했다.
 
`해바라기'에서 빡빡머리를 민 김정은과 파트너를 이루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든 이후 차태현은 친근한 이미지로 관객과 접속해왔다. 잘 생긴 외모는 아니지만 정감있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사랑받은 것.
 
코믹하면서도 진솔해보이는 `차태현 스타일'의 분명한 연기톤이 있었고, 지금까지 먹혀왔다. 그런데 이젠 한계에 부딪힌 게 아닌가 걱정스러워진다.
 
그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건 이런(코믹) 연기다. 무조건 변신하는 게 좋은 건 아니라고 본다. 사람들이 차태현을 보면 느끼는 것을 굳이 바꾸고 싶지 않다”고 말해왔다. “`차태현이 출연하면 재미있다'는 말을 듣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라고도 했다. `늘 비슷한 톤의 연기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고, 맞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황태자의 첫사랑'에서 보여준 연기는 실망스러웠다. 단순히 시청률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열띤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 자기복제 수준이었고,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듯했다. 이제 30대를 향해 가는 나이에 20대 중반 시절의 연기로 극을 끌어갔다.
 
물론 그의 탓만은 아니다. 연기라는 게 배우간의 호흡이 중요하며 상호작용에 의해 빛을 발하는데 그럴 여건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줄리엣의 남자'의 경우 차태현만의 독무대였음을 기억한다면 이 역시 완전한 변명은 되지 못한다.
 
차태현은 얼마전 한 지인에게 “`파리의 연인'을 보며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박신양-김정은 커플의 연기를 보니 우리는 아마추어 학예회 수준의 드라마를 찍고 있었다. 비슷한 백마 탄 왕자에 신데렐라 스토리임에도 연기에 따라 이렇게 달리 보일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스스로도 문제점을 느끼고 있음이다.
 
답보 상태의 연기에서 벗어나고, 몇 해 동안 울궈낸 이미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길 기대한다. 차태현 만큼 어린 나이때부터 `스타이자 신뢰를 줬던 배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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