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스족'(Two-Jobs族)이요? 우린 '투조이족'(Two-Joy族)이에요"

다음 카페 살사동호회 '초보 라틴댄스방'의 소모임 'CLC'(명칭은 '초보라틴댄스 클럽'을 발음대로 영문자로 옮긴 단어의 앞글자에서 따왔다)의 회원들이 농담삼아 스스로를 지칭하는 말이다.

CLC는 2만명을 육박하는 동호회원 가운데 초보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로 살사의 '고수'가 된 회원들이 따로 모여 결성한 모임. 각자 직업이 있는 40여명의 회원이 주말과 야간을 틈타 무대공연 위주로 활동중이다.

이들은 얼마전 열렸던 '제1회 코리아 클럽 살사 챔피언십'에서도 우승을 차지,현재 활동중인 살사동호회들 가운데서도 수준급 실력임을 새삼 과시했다.

모임의 대표로 활동중인 김사대(29.여.이벤트회사 PD)씨는 "대체로 사람을 좋아하거나 춤을 좋아해 모임에 참여하게 된다"며 "이상하게도 회원들 대부분은 이전까지 춤과 전혀 상관없이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회원들을 소개했다.

일반적인 인터넷 동호회처럼 처음에는 흥미삼아 가입했던 회원들이 주로 압구정동이나 홍대앞의 살사클럽에서 열리는 모임에 참석해 살사를 맛보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점차 살사의 매력에 빠진다는 것.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한기웅(31)씨도 "운동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도 즐기는 편이라 우연히 모임에 가입하게 됐다"며 "2년 동안 활동하며 점차 살사 자체에 재미도 느끼고, 욕심도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단순히 살사를 배우는 게 아니라 가수들의 콘서트를 비롯해 각종 기업 행사 등 실제 무대에 선다니 떨리기도 하고 힘도 들 것 같다.

"무대공포증이요? 처음 한 번만 떨리지, 그 다음부터는 너무 좋아해요. 공연 준비하는 건 물론 힘들지만. 평소에는 살사 클럽에 딸린 연습실에서 1주일에 2번 정도 모이지만, 공연이 잡히면 한두달 전부터는 각자 일이 끝나는 8시쯤 모여서 매일 3-4시간씩은 연습해요. 공연이 임박해서는 새벽까지 남는 경우도 종종 있구요"

김씨는 "지방 공연의 경우 서울과 현지를 오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주말마다 야간시간대에 왔다갔다해야 한다"고 '연예인' 못지 않은 고된 일정을 밝히기도 했다.

이제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작년에 열렸던 김범수 콘서트를 꼽는다. 가수의 콘서트 무대에서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안무한 살사를 선보이는 게 신나기도 했거니와, 전국 순회공연이라 서울과 지방을 여러 번 왕복하는 일도 힘들었고, 공연이 끝나고 귀경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단체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이들은 "그래도 보험료까지 치면 이제까지 받았던 공연료중에 제일 많이 받은셈"이라며 까르르 웃는다.

일상의 탈출구로 시작한 '살사'를 이제는 사뭇 진지하게 또 하나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들에게 과연 살사의 매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살사의 매력이요? 글쎄요. 쿠바에서 시작된 이민자의 춤이다보니 우리와 비슷한 한의 정서가 있는 것 같아요. 민속무용이니까 예술무용과는 달리 어려서부터 훈련받지 않아도 되는 장점도 있구요. 정의할 수 없게 자유로운 춤이기도 하지요. 무엇보다 함께 모여서 연습하고, 공동의 목표를 만들어가고 전진할 수 있는 게 가장 재미있지요. 자꾸 욕심이 생긴다니까요. 스트레스 해소에도 그만이구요. 다이어트에도 얼마나 좋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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