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엄태웅(30)이 서서히 자리잡아가고 있다.

데뷔 이후 '엄정화의 동생'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던 엄태웅이 이제 누나의 그늘을 벗어나 연기자로 도약중이다.

현재 KBS 2TV '구미호외전'(극본 황성연 이경미, 연출 김형일)에서 구미호 전사중 2인자 사준 역을 맡고 있는 엄태웅은 저음의 목소리와 강렬한 눈빛으로 청소년팬들에게 파고들고 있다.

늘 친형처럼 무영(전진)의 곁을 지켜주는 한편 뛰어난 지략을 갖춘 참모다. 겉으론 무뚝뚝하고 과묵하지만 무영과 시연(김태희)에게는 속정이 깊다.

그의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주목받으며 대본도 수정됐다. 시놉시스상에는 인간들과의 공존을 이유로 자신의 일족을 희생시켜야 하는 일에 회의를 느껴 헌터의 자리를 떠나고 훗날 반란세력의 우두머리로 나타난 후 무영에게 죽임을 당한다.

수정된 캐릭터는 시연이 구미호에게 영원한 생명을 준다는 천년호임을 알고 그의 간을 먹으려는 신수장(이휘향)의 야욕을 보게 된다. 모든 비밀을 알고 있으면서 신수장과의 주종관계, 무영과의 의리,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시연에 대한 애틋한 감정 등으로 갈등을 겪는다. 결국 주군의 불명예스러운 야욕이 드러나지 않게 신수장을 죽이고 자신도 자결하는 인물로 변했다.

엄태웅이 드라마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화려한 액션. 사실 그는 '몸치'에 가까울 정도로 둔했다. 그런 그가 드라마 출연이 결정된 직후부터 석 달간 액션스쿨에서 합숙하며 기초 무술을 연마했다. 영화 '실미도'에 출연하며 다진 기초체력도 큰 보탬이 됐다.

이런 노력 끝에 12회에선 예정에 없던 액션 신도 생겨났다. 김태희를 구하는 장면에서 구미호 전사를 쫓는 요원들과 맞붙는 장면이 현장에서 만들어진 것. 이미 여러가지 무술 신의 '합(合)'을 숙지하고 있어 가능했다.

그다지 말이 없는 편인 엄태웅은 최근 인기에 대해 "아직은 부끄럽다. 젊은층에서 반응이 오고 있어 스스로도 놀란다. 갖고 있던 틀을 깨고 좀 더 나은 연기를 보일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짤막한 답변 속에 좋은 기분은 숨기지 않았다.

그는 다음달 13일 개봉 예정인 영화 '가족'에서 수애를 지키는 조직폭력배로 등장해 팬과 또 다른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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