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여행으로 중국을 다녀왔다. 장소는 대륙중부 후난성(湖南省)의 장자계(張家界)란 곳이다. 중국의 국내항공노선으로 연결되지만 아직은 오지중의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중국을 택한 것은 집사람과의 다짐에서다. 전 직장에서 가과 함께 해외생활을 많이 한 덕에 선진국은 대충 둘러봤기에 차후 해외여행기회가 닿으면 여러 가지 힘들더라도 가능하면 후진국에다 빈곤한 나라를 우선 택하자는 데 합심이 이루어졌다. 지금 그들의 삶이 어느 정도이고 왜 못사는지, 또 우리가 어떻게 잘 살게 됐는지를 현지체험으로 확인해 보자 함에 큰 뜻이 있었다 할까. 더욱이 자식들과 함께라면 더욱 좋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이 될 거라는 데도 의기투합해 가끔은 동행을 조르기도 했다. 앞서 갔다 온 나라는 필리핀과 미얀마다.


장자계에서 두번 놀란 한국인

 
장자계는 중국에서 무릉도원(武陵桃源)으로 불리운다. 무릉도원이란 원래 송나라 시인 도연명의 도원화기에 나오는 별천지로 유토피아 즉 이상향을 말한다. 그 빼어난 산수의 자태에 반한 한나라 개국1등공신 장량이 토사구팽(兎死狗烹)의 화를 피해 은거했다 해서 장가계란 지명이 생겼다 한다. 그래서 현재 장씨들이 많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주민 대부분이 토가족(土家族)이란 소수민족이다.
 
이곳이 외국인들에게 개방되기는 10년이 조금 넘는다. 홍콩의 개발자본 덕이다. 비행장과 도로를 닦고 3백여m의 바위절벽에 엘리베이터와 리프트를 설치해 놨다. 해발 1천500여m의 산정상에 오르면 발아래 수백m의 돌기둥들이 수천의 봉우리를 이루어 장관이다. 수억년전 원래는 망망대해였으나 지각변동에 따라 육지로 바뀌면서 단층침하작용에 의해 생겨났다 한다. 그간 중국에서 구이린(桂林)을 천하제일의 절경이란 뜻의 산수갑(山水甲)으로 꼽았다가 여기로 그 명성을 빼앗겼다 하니 여기저기서 절로 탄성이 터진다. 헌데 그 대부분이 `와-'하는 우리말이다. 관광객의 7할쯤이 늘 한국인이라 하니 산수를 즐기는 습성 때문인 것 같다.
 
산 보고 놀란 한국인들에게 이번엔 또 다른 놀라움이 생긴다. 가는 곳 마다 `천원', `천원'하며 물건을 사란다. 우리 돈을 받는다는 얘기로 상인들 누구나 이 말을 입에 달고 있다. 모자나 가방, 기념품 등을 1개당 천원에 맞추고 옥수수, 고구마, 오이 등은 여러 개수를 묶어 천원이다. 아이스케이크는 2개에 천원이나 1개를 사려면 중국돈을 내라 한다. 천원 이하는 거스름돈이 없기 때문이다. 한쪽에선 쓰기 좋게 만원짜리도 천원짜리로 바꿔 준다. 상점이건 식당 어디서건 모두 우리 돈이 통하니 씀씀이 또한 자연 헤플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의 웬만한 곳에서는 모두 한국돈이 쓰인다 하니 연간으로 치면 수십억원을 넘어 수백억원도 될법하다.
 
전엔 해외에 나갈 때 우리돈의 소지를 금한다고 공지했었다. 북한 간첩의 공작금으로 쓰인다며 처벌까지 내린 것으로 안다. 중국에서 한국돈이 달러나 옌, 유로화처럼 막 통하는 것은 우리가 그들 국가처럼 선진화돼서 일까. 아니다. 중국인들의 장사속으로 보면 틀림이 없을 것 같다. 한국 상품의 수입대금으로 쓰면 외화 유출도 막고 또 앉아서 자기네 상품을 외국에 파는 셈이 아닌가. 중국인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상술하면 서양엔 유태인, 동양엔 중국인을 친다는 건 상식이다. 인천의 차이나타운이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과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화교에게 토지소유권을 주지 않았건만 그들은 지금까지 수십년을 오직 장사로 버티며 모두 부를 축적해 결국 그 땅의 주인들이 됐다.


거센 `황사'의 의미 잊지 말아야

 
지금 우리가 한류(韓流)라 해서 중국을 앞선다며 떠들고 자만할 일이 아니다. 한류는 문화에다 유행의 바람이어서 그야말로 잠깐에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바람은 황사처럼 늘 우리를 강타해 버릴 수도 있다. 지금 미국시장에서 보통의 생활용품은 거의 중국제다. 우리도 중국 상품 수입상황을 보면 중국 바람은 벌써 거세게 불어 왔음직도 하다. 어쨌든 외국에서 우리돈이 잘 통용되는 것은 국력신장으로 여겨 가슴 뿌듯할 일이다. 하지만 그 진의가 무엇이고 혹여 큰 부작용이나 피해가 뒤따르지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다.

이현규 객원논설위원(동아방송대 교수·전MBC 워싱턴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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