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4일 115개 신용협동조합을 다시 퇴출대상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9시부터 즉각 이들 115개 신협에서의 예금 인출이 정지됐다. 예금 인출 정지기간은 연말 내지 내년초까지가 될 전망이다. 영세 상인이 대다수인 이들 부실 신협의 조합원 수가 어림잡아 50여만명이고 이들의 예금액이 총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하니 당장 이들이 겪을 고통과 혼란스러움이 짐작된다. 당국은 부실 신협 정리작업과 병행, 이들을 위한 별도의 보완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한다.

전국의 신용협동조합은 모두 1천248개다. 97년 이후 이미 410개 신협이 퇴출됐고 이번에 다시 전체의 10%에 가까운 신협이 부실 판정을 받았으니 신협의 퇴출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예측이 어려울 정도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규모 퇴출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하지만 전체의 절반 가까운 신협이 적자를 내고 있는 점 등으로 미루어 그것도 완전히 믿기는 어려운 얘기로 들린다. 개별 퇴출작업이 끊임없이 지속된다면 대규모 퇴출과 별로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2004년 신협이 예금자보호법상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되기 전에 부실 신협을 최대한 정리하는 작업은 그래서 필수적이기는 하지만 그 작업을 원만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도 예금자들의 보호는 긴요하다는 얘기다. 공인 금융기관에 돈을 맡겼다가 필요할 때 돈을 꺼내 쓰지 못하고 특히 그것이 하루 벌어 하루 쓰는 영세 상인의 경우일 때 그 문제는 신협문제 차원을 떠나 국가의 신뢰문제로 비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번 일을 다루는 정부나 신협관계자들의 자세는 여전히 태평해 보여 한심스러울 지경이다. "5천만원 이상 예금자는 몇 명 되지 않으니 큰 문제 아니고 나머지 예금자도 여타 금융기관의 대출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이다.

정말 그렇게 만만하게만 볼 수 있는 상황일까. 4일 아침 퇴출 신협 명단이 발표되자마자 지방의 해당신협에는 예금자들의 거친 항의가 계속되고 있다. 7년간 미장원을 하며 1억5천만원을 맡겼다는 30대 여인의 울음 섞인 항의, 1억원을 맡기고 매달 40여만원을 인출해 생활비로 써왔다는 60대 은퇴 노인 등 하나 같이 딱한 사정들뿐이다. 예금 인출 동결도 동결이지만 5천만원 이상에 대해서는 보호 받지 못한다는 소식에 특히 이들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중이다.

정부는 우선 타 금융기관을 통한 신속한 대출을 보장해줘야 한다. 예금보험공사가 주관이 돼서 보나마나 대출을 꺼릴 인근 금융기관을 독려, 대출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몇 명 안된다'고 제쳐놓을 것이 아니라 5천만원이 넘는 예금에 대해서도 일부 구제해주는 보완작업이 있어야 한다. 신협에 돈을 맡긴 영세상인이나 은퇴자들은 정부 정책이나 금융계의 흐름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보호해줘야할 선의의 피해자들을 가려내는 작업에 소홀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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