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신용협동조합은 모두 1천248개다. 97년 이후 이미 410개 신협이 퇴출됐고 이번에 다시 전체의 10%에 가까운 신협이 부실 판정을 받았으니 신협의 퇴출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예측이 어려울 정도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규모 퇴출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하지만 전체의 절반 가까운 신협이 적자를 내고 있는 점 등으로 미루어 그것도 완전히 믿기는 어려운 얘기로 들린다. 개별 퇴출작업이 끊임없이 지속된다면 대규모 퇴출과 별로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2004년 신협이 예금자보호법상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되기 전에 부실 신협을 최대한 정리하는 작업은 그래서 필수적이기는 하지만 그 작업을 원만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도 예금자들의 보호는 긴요하다는 얘기다. 공인 금융기관에 돈을 맡겼다가 필요할 때 돈을 꺼내 쓰지 못하고 특히 그것이 하루 벌어 하루 쓰는 영세 상인의 경우일 때 그 문제는 신협문제 차원을 떠나 국가의 신뢰문제로 비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번 일을 다루는 정부나 신협관계자들의 자세는 여전히 태평해 보여 한심스러울 지경이다. "5천만원 이상 예금자는 몇 명 되지 않으니 큰 문제 아니고 나머지 예금자도 여타 금융기관의 대출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이다.
정말 그렇게 만만하게만 볼 수 있는 상황일까. 4일 아침 퇴출 신협 명단이 발표되자마자 지방의 해당신협에는 예금자들의 거친 항의가 계속되고 있다. 7년간 미장원을 하며 1억5천만원을 맡겼다는 30대 여인의 울음 섞인 항의, 1억원을 맡기고 매달 40여만원을 인출해 생활비로 써왔다는 60대 은퇴 노인 등 하나 같이 딱한 사정들뿐이다. 예금 인출 동결도 동결이지만 5천만원 이상에 대해서는 보호 받지 못한다는 소식에 특히 이들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중이다.
정부는 우선 타 금융기관을 통한 신속한 대출을 보장해줘야 한다. 예금보험공사가 주관이 돼서 보나마나 대출을 꺼릴 인근 금융기관을 독려, 대출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몇 명 안된다'고 제쳐놓을 것이 아니라 5천만원이 넘는 예금에 대해서도 일부 구제해주는 보완작업이 있어야 한다. 신협에 돈을 맡긴 영세상인이나 은퇴자들은 정부 정책이나 금융계의 흐름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보호해줘야할 선의의 피해자들을 가려내는 작업에 소홀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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