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세계화, 정보화 그리고 지식기반 경제의 시대라고들 말한다. 과거부터 교육의 중요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강조되어 왔으나 요즘처럼 특히 그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대도 없는 것 같다. 교육에 있어 최고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동서양의 대학의 역사는 그 성격이 다르게 출발했다. 유럽의 경우 중세에 교회와 군주로부터 사상과 학문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대학이었다. 어떤 특정 지역에 한정해 다른 곳에서는 감히 다루지 못했던 주제를 마음껏 이야기하고 연구하는 곳으로서 그야말로 `상아탑'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서양의 대학은 진리의 탐구와 비판정신을 강조한다. 반면 동양의 대학은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더라도 관료 양성기관이었다. 특히 세습에 의해 관료를 선발했던 서양과 달리 과거제도를 통해 유학을 공부한 문인관료인 `사대부' 계층을 만들어 내는 곳이 대학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동양의 대학은 백성을 다스리는 경륜과 인격수양을 강조한다.


우리 대학은 동·서양 전통 모두 계승

 
근대화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도 서양식 대학이 설립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주화 과정에서 대학의 역할은 매우 컸다. 4·19가 그랬고 70~80년대를 거쳐 최근까지 재야 민주화 세력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대학운동권이다. 이런 점에서 비판정신을 강조한 서양의 대학 전통을 계승 발전시킨 예라고 할 수 있다. 관료의 양성이라는 동양의 대학 전통도 그대로 살아남아 있다. 우리의 60~70년대 고도 경제성장을 주도한 집단의 하나가 과거제도의 전통을 잇는 고시를 통해 공정하게 등용된 유능한 관료집단이었다는 것은 주지하는 바이다. 우리 사회의 대학이 한쪽으로는 운동권을 중심으로 하는 체제비판적인 급진적인 이미지로 다른 한쪽으로는 공부 좀 하는 학생은 전부 고시촌으로 몰려가는 양극단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도 동양과 서양의 이질적인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는 이러한 우리 대학의 역사적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지식이 새로운 가치의 원천으로 부각되는 지식경제시대에는 대학의 역할과 기능이 새롭게 바꾸어져야 한다. 참여와 비판이라는 양분법적 기능보다는 본연의 진리탐구와 전인격 수양이라는 동서양 대학 전통의 또 다른 측면이 21세기에 역설적으로 새롭게 부각되는 것이다. 지식기반 시대에는 전문적 지식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기존 패러다임이 부재하는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는 모든 분야에서 창의성과 리더십이 요구된다. 창의성은 전공지식 뿐만 아니라 풍부한 인문 교양 소양으로부터 나온다. 동양의 교육은 기본적으로 유학에 기반을 둔 교양교육이었다는 것은 21세기에 다시금 동양적 교육 전통이 부활하는 배경이다. 또한 리더쉽을 기르기 위해서는 자기희생정신의 기초가 되는 인격수양이 요구된다. 서양에서도 당초에는 지금처럼 분화된 전공학문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적 분위기가 있었다. 19세기와 20세기가 학문의 세분화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다시 학문의 종합화와 인문 교양화가 시작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최근 대학의 특성화와 국제화 등이 요구되면서 CEO형 총장에 대한 수요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사실 대학 경영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대학의 경영관리구조(university governance)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자율성을 보장해주어야 하는 교수와 성년이면서도 학습과정에 있는 학생 등 구성원의 특징에 있어 위계 구조에 기초한 기업이나 정부 또는 연구소와도 구별된다.


인천대가 선진교육유치의 중심 돼야


대학의 발전은 자질이 있는 학생을 모집해서 잘 교육시켜 사회에서 환영받는 우수한 졸업생을 배출하는 데에서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교육의 선진화가 제일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진 명문대학을 유치해서 그로부터 좋은 프로그램과 운영 노하우를 배워 국내 대학이 이를 따라가게 해야 한다. 최근 제주도에 미국대학 분교가 유치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경제자유구역을 가지고 있는 인천도 하루빨리 외국 명문대학이 유치되기를 바라며 이 과정에서 필자가 몸담고 있는 인천대학교가 송도신도시로의 캠퍼스 이전을 계기로 외국교육기관유치에 주도적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박제훈 객원논설위원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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