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올림픽도 끝이 났다. 열전 17일간을 무사히 마치고 이제 28회의 흘러간 대회로 자리매김을 했다. 이번 대회는 여느 올림픽보다 고대와 근대 모두 그 발상지에서 다시 열렸다는 데 의미가 컸다. 아무 큰 탈 없이 온 세계인의 찬치를 치러 낸 주최국 그리스에 환희의 찬사를 띄운다. 실은 대회기간 내내 나는 마음을 졸였다. 주변에 이라크를 비롯해 테러권의 아랍국가들이 많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개막전부터 그들의 위협도 있었다. 역경과 악조건에도 좋은 성적을 안고 개선한 우리 선수단에게도 환호의 박수를 보낸다.


건강과 오락을 선사하는 스포츠 매력


온 국민은 그동안 성원에 밤잠을 설쳤다. 특히 축구가 있던 밤마다 모두 올빼미가 돼 다음날은 일상을 잘들 빼 먹었다. 열성팬들은 수만명씩이나 빈 운동장에 모여 선수 대신 중계화면을 보며 응원하느라 하얗게 날밤을 새기 일수였다. 멀고 먼 아테네 운동장에도 역시 붉은악마들의 함성은 넘쳤다. 그들은 누구의 부탁도 없이 금쪽 같은 시간과 돈을 쪼갰다. 왜들 그랬을까? 스포츠가 뭐길래 온국민의 힘과 기원을 결집할 수 있었을까? 그건 인간의 염원인 건강과 오락으로서 행복감을 선사하는 스포츠의 매력 때문이다. 관람석에 앉거나 TV화면에 몰입하면 일상인들은 생활에서 얻을 수 없는 일체감이나 해방감을 얻고 만다. 때문에 공산,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이데올로기 배양에 적극 활용되기도 한다. 국민들의 배를 주린 돈을 스포츠엔 쏟아붓고 따낸 메달은 정권체제의 선전·유지수단으로 잘들 써 먹는다.
근래엔 나라마다 스포츠를 통해 제품의 생산성향상과 소비촉진제라는 여벌의 경제적 큰 효과를 거두느라 열을 올린다. 8월 25일자 신문들은 일본이 이번 올림픽 덕에 나팔 분다고 보도했다. 미국 제일의 신용평가회사인 골드만 삭스사가 분석한 결과 일본이 메달 총수로 33개를 따면 소비심리 및 근로의욕을 자극해 금년 경제 성장률이 6.4%로 뛰어 1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다는 얘기다. 당초 올해 예상은 3.5% 성장수준이다. 이날까지 일본의 총메달수는 32개였으며 대회를 마친 결과 메달은 37개로 늘었다.

헌데 같은 날 신문은 인천시민프로축구단이 떠돌이 신세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구나 유나이티드 축구팀은 인천시민들의 성원으로 창단돼 `시민'자가 축구단 이름 앞에 늘 붙는 터라 불쾌함이 더했다. 이유는 시설관리공단이 문학경기장 등의 잔디가 망가진다며 연습장으로의 대관을 기피하기 때문이라 한다. 잔디는 잘 돌보면 또 나는 법이고 설사 망가진다한들 선수가 튼실해지고 성적이 오르고 이들을 대하는 관중들의 마음에 살이 오르면 결과는 더 좋은 것이 아닐까 한다.
 
온 국민이 그렇게 열광했던 프로축구 월드컵에서의 4강진출로 우리도 천문학적인 경제상승 효과가 예견됐다. 국가브랜드의 인지도가 3%나 상승해 금액으로 환산하면 3조7천600억원이나 된다고 했다. 나라의 홍보효과도 7조7천000억원에다 기업이미지 상승효과는 무려 14조7천600억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페어플레이 정신 본받아야

 
월드컵에서도 그랬듯 많은 이들이 올림픽도 끝났으니 이제 무슨 낙으로 사느냐는 푸념이다. 그간 불경기의 골이 깊어 더욱 그랬나 싶다. 물론 정치권의 갈등 대립에서 쌓인 스트레스도 한 몫을 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스포츠의 기회는 무진장 온다. 스포츠는 변하기 때문이다. 기록은 깨지고 기적도 일어나고 새로운 스타도 줄줄이 탄생하기 마련이다. 이제 결실의 가을을 맞아 수많은 국내외 게임도 줄을 이을 것이다.
 
만인이 스포츠를 사랑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확 풀어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편 가르기로 자아를 확인하면서 인간 내재의 본성인 폭력성과 경쟁심을 부추기는 프로정신을 오히려 즐긴다. 팬들은 스포츠의 모토인 페어플레이 정신도 보고 배우게 마련이다. 아테네 올림픽이 별 대과 없이 유종의 미를 거둔 것도 페어플레이의 산물일 것이다. 우리 주변 모두가 이를 본받았으면 한다. 특히 정치권이 더 그랬으면 좋겠다. 슬기롭게 풀어야 할 스트레스의 난제들이 너무도 많으니까...

이현규 객원논설위원
(동아방송대 교수·前MBC 워싱턴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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