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로 한중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가 매년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일본의 예보다 질적으로 훨씬 정도가 심한 그야말로 우리 민족의 역사적 뿌리를 말살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매우 심각한 사태라 아니할 수 없다. 작금의 사태로 그 동안 경제를 중심으로 급속히 가까워져 온 한중 관계에는 물론 최근 동북아 시대의 대두와 더불어 시작되고 있는 `동북아공동체'를 지향하는 각 분야의 지역통합 움직임에 찬 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고 있다.


중국 저의에 대한 두가지 해석


중국이 소위 `동북공정'이라는 국가 프로젝트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고구려사 왜곡에 나서고 있는 배경과 저의는 무엇인가? 이에는 대체로 크게 두 가지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나는 남북통일에 대비해 나올지 모르는 과거 고구려의 영토였던 중국 동북지역에 대한 역사적 연고권 주장과 이에 따른 조선족의 분리독립 움직임에 대비한 방어적인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다. 지금부터 고구려도 과거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고 주장함으로써 중국 동북지역에 대한 어떠한 분리독립 움직임의 역사적 및 논리적 근거도 원천적으로 말살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고구려가 과거 현재의 만주와 북한 지역에 걸쳐 존재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에 대비해 북한 지역에 대한 역사적 연고권 주장의 근거를 확보함으로써 북한 지역을 중국에 편입시키려 시도하거나 적어도 통일정부의 수립에 확실한 기득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것이다.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는 전자의 해석이 보다 우세한 편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가 확률은 비록 적다고 하더라도 우리 국가와 민족에게 미치는 심대한 영향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필자는 후자의 해석에 주목하고 싶다.
 
만약 지금 당장 북한정권이 붕괴된다면 어떠한 상황이 일어날 것인가? 여기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북한주민의 남한에 대한 의식과 행태일 것이다. 최근 북한 탈북자의 수가 늘고 있는 점, 그리고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 등에 흩어져 남한 행을 원하고 있는 탈북자 수가 많게는 십만 명에 이른다는 추정 등은 북한정권 붕괴 시 대규모 북한 주민의 남한 유입 가능성을 예측하게 한다. 이 경우 독일의 경우처럼 북한 주민의 경제적 지원과 이에 따른 사회적 혼란 등 소위 통일비용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반면 중국 조선족 사이에 최근 번지고 있는 반한 감정을 고려하면 180도 다른 이야기도 가능하다. 당초 90년대 초 중국과의 수교 이후 많은 중국 조선족이 일자리를 찾아 불법취업 등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에게 한국은 그들에게 모국이라기보다는 조금 잘 산다고 같은 민족을 멸시하고 차별하는 그런 외국이 됐다. 중국 조선족은 친척방문이던지 사업상이던지 비교적 자유롭게 북한을 왕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외국인들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 주민의 대 남한관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탈북자를 공개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북한과 중국의 눈치를 보는 한국정부와 국민의 태도를 전해 듣고 중국 조선족의 정서적 반한감정에 미리 영향을 받고 있는 북한 주민이 과연 북한정권 붕괴 시 대거 남한으로 몰려내려 올 것인지는 이런 점에서 미지수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단순한 역사왜곡을 넘어서 중국 동북지방에 대한 소수 민족 특히 조선족에 대한 특별관리를 시도하면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강화하고 정서적으로 북한 주민을 포용하는 정책이 성공할 경우 북한 주민이 반드시 남한 주도에 의한 통일정권에 순순히 편입된다는 보장이 없다. 극단의 경우 과거 발해 멸망 때처럼 북한 주민이 오만하고 정서적으로 자기네와 맞지 않는 남한 대신 사회주의적이고 과거 6·25의 혈맹으로 정서적이고 이념적 유대가 남아 있는 중국을 선택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만은 아닐 것이다.


다자적 지역통합적 전략 필요

 
그러면 이에 대한 해법은 무엇일까? 반미니 친중이니 하는 양자택일적인 국가전략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극히 편협하고 현명치 못한 발상이다. 이럴 때 일수록 동북아로 돌아가서 미국과 중국을 상호 견제케 하면서 그 가운데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다자적이고 지역통합적인 전략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이 구도 속에서 중국 조선족을 포용하고 탈북자 문제도 인권과 통일 대비 차원에서 해법을 찾으면서 동북아의 역사왜곡 문제를 `동북아공동체'의 형성이라는 큰 그림 차원에서 다자적으로 풀어나가는 우리 모두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박제훈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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