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살인사건 피의자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 김정길 법무장관과 이명재 검찰총장이 사퇴했다. 인권의 보루를 자임하는 검찰청사 내에서 구타 등 가혹행위로 피의자가 사망했다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검찰수사 책임자와 법무행정을 총괄하는 장관의 퇴진은 너무도 당연한 결론이기도 하다. 특히 민주주의와 인권을 표방한 국민의 정부하에서 조사를 받던 피의자가 검찰 수사관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숨진 사건이고 보면 달리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군당국 역시 부사관이 금융기관에서 총기 강도 사건을 벌인 사실과 관련해 사단장이 직위해제 됐다. 그리고 경찰당국은 무고한 시민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경찰관을 구속하고 후속대책을 마련중이란다.
그러나 검찰 수뇌부의 사퇴로 검찰이 안고있는 모든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종전의 사례와 다르게 서울검사장이나 검찰총장이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고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인 것 정도가 검찰조직의 앞날을 위해 다행스럽다면 다행으로 여겨지는 점이다. 또한 군 당국 역시도 현직군인이 부대에서 총기를 가지고 나와 금융기관을 터는 엄청난 사태를 야기한 점에 비추어 본다면 이는 사단장 한 명에게 책임을 전가하기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하겠다. 이같이 허술한 조직 및 총기관리 실태가 이 부대만이 아닐 진데 이제라도 그 부실의 원인을 찾아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된다는 얘기다. 경찰 역시 이번 사건이 분명 처음이 아님에도 관련자를 구속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 한다면 국민을 또 한번 우롱하는 처사라 하겠다. 이제라도 검찰은 인권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군은 국토방위에 전념하며, 경찰은 국민의 재산보호와 범죄예방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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