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과 함께 대학들도 모두 개강했다. 강의 첫날 자신소개가 포함됐다. 새로 시작되는 과목으로 처음 대하는 학생들이라서 그랬다. 취미가 별보기라 했더니 다들 야-하고 탄성이다. 물론 의아스럽다는 뜻일 게다. 왜냐 해서 작년에 전직(前職)을 정년으로 끝내고 백수 적에 별볼일 없어 별이나 보자며 시작했다고 답하자 모두 와-하고 웃는다. 이번엔 속뜻을 비치니 솔깃하는 듯 보였다. 때론 삶이 외롭고 힘들고 공부가 어렵고 장래가 희미할 적엔 모두 별을 보자 했다. 우주속의 자신을 알고 나면 저절로 해답은 나올 거라 우겼다. 그리고 별들의 세계는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실로 무한이라며 천문학을 화두로 꺼냈다.

스스로 깨우치는 게 값진 인생의 첫 걸음

 
우주에서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을 항성이라 부른다. 우리 은하계에만 그런 항성이 무려 약 1천억개나 된다. 대우주는 그런 은하계가 또 1천개 쯤이란 추측이며 그 신비, 원리는 신이나 알까 아무리 애써도 인간은 모를 거라 했다. 요즘은 공해에다 전기불의 방해로 별보기가 쉽지 않다. 원래 지구상 전체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대략 6천개에 이른다. 한국의 외진 시골에 가면 2천개 정도만 볼 수 있고 나머지는 수평선 아래 숨는다. 육안의 별 대부분은 태양과 같은 항성이다. 지구는 항성인 태양의 빛을 반사하는 행성에 불과하다. 외계에서 보자면 분명 태양계의 작은 별이다.
 
그런 지구에서 또 작은 나라 한국 땅에서 전세계 수십억 인간중 하나인 나의 존재는 얼마큼인가, 별 속에서 찾아보고 물어보라 권했다. 때론 진리의 길이 거기 있다고 했다. 자신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 겸허와 숙연의 깨달음이 스치면 그건 값진 인생길의 시작이라고 내 주장도 더했다. 우주가 얼마나 크고 넓은지 얼마 전 미국 NASA가 사진으로 발표한 별의 죽음을 예로 들었더니 너무 놀란 눈빛들이다. 그별은 이미 370여년 전에 대폭발로 존재가 사라졌으며 그간 빛의 속도로 마지막 모습이 지구로 날아와 사진에 찍힌 것이다. 사라지기전 가스와 먼지로 둘러싸인 별의 크기는 지름이 무려 10광년 거리, 빛의 속도로 10년씩이나 내달려야 끝이다. 빛은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을 돌 만큼 무한이 빠르다. 비록 지금 우리 눈에 빛으로 들어온 별일지라도 아주 오래전에 사라진 것들이 허다하다고 한다.
 
둘째 강의 시작 전에 별을 봤느냐 물었더니 아무도 응답이 없다. 모두 별 볼일 없구먼, 했더니 다시 와- 웃음을 터트린다. 비록 작지만 이 땅에서 좋은 부모님 만나 태어나고 대학물까지 먹고 있는 건 분명 로또-대박 이상의 행운이 아니냐, 반문하자 많이들 수긍하는 눈치다. 물론 우리보다 좋은 나라 부자나라도 많지만 세상엔 무지 못사는 나라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고 강조했다.
 
우주공간에 비교하면 한갓 먼지 크기도 안 되지만 우리 모두의 존재가 상상초월의 특혜라고 나는 또 우겼다. 지구보다 수십 수백 배나 크고 헬 수 없이 많은 행성들이 그냥 텅 빈 채로 수 억년씩을 별들 속에 묻혀 있음을 한번쯤 생각해 보라 했다. 왜 무슨 필요로 누가 만들었을까 물었으나 답이 없다. 그래서 비록 찰나(刹那)의 인생일지라도 그건 오직 한번의 기회이니 때론 힘들다 해도 견뎌볼 가치가 충분치 않느냐 재차 반문했다. 단 한번 사는 거, 이왕이면 값지고 좋은 일도 많이 하고 가자고 부추겼다. 그러기 위해선 기초부터 단단해야 하고 배우는 신분으론 그 일이 우선 공부이며 그것도 한때 뿐이니 더 열심히 해 보자 다독였다.

신뢰회복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요즘은 강단에 서기가 겁이 난다고 말하는 교수들이 많다. 학문외에는 무슨 좋은 말을 들려줘야 할지 도무지 자신이 없다는 얘기들이다. 좀 더 오랜 기성세대와 보수층일수록 더하다. 세대계층간의 질서와 신의가 온통 뒤죽박죽이니 학생들도 쉽게 믿음을 주겠냐는 사뭇 탄식조 푸념이다. 우리사회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신뢰회복이 절실하다고 본다. 지치고 화나고 답답할 땐 누구든 한번쯤 밖으로 나가 별을 보자. 한 밤중 별을 헤며 다시 생각을 가다듬자. 그리고 나를 찾고 돌아다보자.

이현규 객원논설위원(동아방송대 교수·前MBC워싱턴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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