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어제 전국 73개 시험지구, 878개 시험장에서 별다른 사고없이 차분하게 치러졌다. 이번 시험은 수능추위가 없어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추위에 떠는 불편을 덜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제 수능은 끝났다. 시험을 잘 치른 학생도 있을 것이고, 평소 실력보다 못치른 학생도 있을 것이다. 한 문제 더 맞고 덜 맞음에 따라 웃기도 할 것이고 울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울 필요도 웃을 필요도 없다. 지금은 시험이 끝났다는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치른 시험을 두고 뒤늦게 미련을 가지고 안타까워 할 필요는 없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자세가 요구될 뿐이다.

수험생들은 그동안 수없이 많은 고통의 시간을 보낸 것이 사실이다. 만일 어른들이 수험생들처럼 열심히 노력했다면 어쩌면 못이룰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수험생들의 노력은 그 자체가 하나의 고통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그러나 혼자만의 고통의 시간을 보낸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전국 수십만의 다른 학생들도 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누구나 고통의 과정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 차가운 눈 속에 덮여 겨울을 보내야만 보리밭의 보리도 뿌리를 내리고 잘 자랄 수 있고, 매화도 눈보라치는 겨울바람을 견뎌야만 멀리 아름다운 향기를 보낼 수 있다.

한 예로 자연생태에 있는 금붕어는 약 1만개의 알을 낳는데 비해 어항속의 금붕어는 3천~4천여개의 알밖에 낳지 못한다고 한다. 아무런 위험도 없이 적정한 온도와 먹이를 공급받는 데도 불구하고 그렇다고 한다. 이유는 어항이 고통이라는 자연법칙의 진리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위협과 불안이라는 고통이 많다 하더라도 자연상태의 금붕어 이기를 원할 것이다. 그것은 두 말할 필요없이 고통이 있어야만 삶이 더 풍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수능을 치른 학생들의 인생은 길다. 인생은 일회적인 것이지만 수능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다. 혹 수능에 실패했다고 해서 인생전체를 실패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제 그 동안의 긴장을 풀기 위해 혼자 공중목욕탕에 가서 목욕을 하거나 아니면 그 동안 가보고 싶었던 겨울바다에 가보거나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컴퓨터 게임에 며칠간 몰두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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