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확실한 승리를 거둠에 따라 미
국의 외교 군사 노선이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 핵문제도 예외
는 아닐 것이라는 전망과 우려가 고개를 들고있다. 이번 선거 결과가 부시 대통령
의 일방주의에 대한 미국민들의 백지 위임은 아닐 것이지만 부시 행정부의 색깔과
의회를 지배하는 공화당의 색깔이 상승 효과를 내면서 더욱 그 강경도가 선명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벌써부터 미국 내 방산업체들이 호황을 누릴 것이라
는 반갑지 않은 전망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의 책임
감이 더욱 강해져 그들의 행동이 신중해 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어 지나친 우려를 경
계하기도 한다.
당장 북한 핵문제와 관련, 앞으로 이어지는 일정들은 우리를 긴장시키기에 충분
하다. 다음 주 미국 의회에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대한 지원 중단 법안이
제출될 가능성이 있고 특히 14일 열리는 KEDO 이사회는 북한에 대한 중유지원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는 소식이다. 중간선거 결과가 곧바로 어떤 극적인 결정을 가져오지
않더라도 행정부와 의회가 손발을 맞추어 북한을 궁지로 몰아 넣는 강경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비록 부시가 이번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었다고 하더라도 변
함 없는 시실은 부시의 일방주의가 정당성을 확보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금년 노
벨평화상을 수상한 카터 전 미국대통령은 북한문제의 해법으로 강력한 외교를 제안
하고 부시 행정부의 건설적 참여를 촉구함으로써 북핵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고대하
는 현자의 진영을 강화해 주었다.
이제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기 위한 검
토 자료에 미국 공화당의 상하 양원 장악이라는 새로운, 그리고 매우 중요한 요소가
추가됐다. 북한은 최근 평양을 방문한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에게 종전 입
장 완화로 해석될 수 있는 변화의 모습을 보였다. 선 불가침 조약 체결 대신 불가침 조약과 핵계획 포기를 교환하는, 동시 해결 방식을 제의하고 또 핵포기의 대가로 경제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북한의 생존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는 선으로 후퇴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레그 대사 일행은 이것이 북한 입장에서는 상당한 양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고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가,더구나 이제 상하 양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핵선포기 주장을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아 동시해결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같은 새로운 상황을 반영, 북한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제대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핵계획과 관련,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방식은 미국의 양보를 끌어 내기 보다는 오히려 미국의 강경 조치를 정당화주는 자해 행위가 될 수 있다.

미국은 당연히 한국과 일본 등 동맹들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그나마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해온 제네바 체제를 붕괴시킬 위험이 있는 강경조치는 피하도록 자제해야 할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가장 효과적으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방책을 마련해 미국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북한으로 하여금 우선 핵포기 선언을 명백히 하도록 유도 한 뒤 이의 이행에 관한 북-미간 대화를 중재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결국 현시점에서 요구되는 것은 북한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주변 환경을 정확히 분석한 뒤 한국 정부의 선의를 신뢰하고 대담한 핵포기 선언을 내놓는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