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내 한 구청에 근무하는 일용직 여직원이 3년여에 걸쳐 주·정차 위반 과태료 수천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는 소식은 또 한번 인천사회를 충격속에 빠뜨리기에 충분하다. 건국이래 최대 규모라는 불명예를 초래하기도 한 지난 94년 북구청세무비리사건이 아직 그 후속조치도 완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하급 공무원이 수백회에 걸쳐 공금을 횡령할 수 있었는지 도저히 믿기질 않는다. 어디 그 뿐인가. 동료 공무원은 무얼했고 상급자들은 도대체 왜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하겠다.

보도에 따르면 인천시는 중구청 여직원이 최근 3년여간 288회에 걸쳐 주·정차 위반 과태료 4천393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해 횡령액을 환수하고 검찰에 고발했다고 한다. 이 당돌한(?) 여직원은 지난 99년부터 교통녹지과에서 불법 주·정차 과태료 집계 보조원 및 주·정차 프로그램 인부로 근무해오면서 중구청 명의의 통장을 개설한 후 주·정차 위반 과태료를 입금받아 공금계좌로 이체하는 과정에서 정상 인출금액보다 과다하게 출금표를 작성해 인출하는 수법으로 빼돌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수법은 거래내역 통장과 고지서만 대조했어도 막을 수 있는 지극히 단순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어떻게 수년동안 수백회에 걸쳐 똑같은 횡령행위가 저질러졌음에도 상급자들이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되질 않는다. 이 때문에 혹시 상급자가 비호했거나 상납을 받고 묵인하지는 않았는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하겠다.

일선 구청의 경우 감사원, 행정자치부, 인천시 등 상급기관이 해마다 정기 또는 특별, 수시 감사를 통해 정책을 점검하고 부정과 비리 여부를 챙기며 자체 감사실도 있다. 그럼에도 3년에 걸쳐 한 말단 여직원이 수백회나 공금을 빼돌린 비리를 적발하지 못했다면 `눈먼감사'와 다를 게 없다. 인천시는 여직원의 상급자에 대해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징계할 방침이며 9개 군·구에서도 유사한 사안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관리실태에 대한 자체점검 실시 후 결과를 보고할 것을 긴급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효과는 의문이다. 북구청 세금도둑사건이후에도 그치질 않고 발생하는 인천시 공무원들의 비리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 횡령사건은 현금을 취급하는 부서의 특성상 언제든 유사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취약점을 드러낸 만큼 모든 현금취급부서에 대해 전면적이고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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