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 선거의 공화당 압승 이후 부시 행정부의 대북한 정책이 강경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정도가 어느 수준에 이를 것인지, 이 초미의 관심사에 대한 시사들이 흘러나오고있다. 부시 대통령은 선거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북핵문제에 언급, "우리는 초기에는 북한에 대해 이라크와 다른 전략을 취하고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말은 궁극적으로 북한을 이라크와 같은 방식으로 다룰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인지, 조심스러운 해석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파월 국무장관 역시, "북한도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무장해제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이라크와 북한을 다르게 취급한다는 종래의 정책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있다. 하지만 만약 북한을 이라크처럼 군사적으로 다룰 경우 한반도에 발생할 상황을 예상함에 있어 미국은 여전히 책임감 있고 신중한 판단을 유지할 것으로 믿는다.

부시 대통령이나 파월 장관의 발언 무게에 비교할 수는 없겠으나 마침 한국을 방문한 더글라스 파이스 미국 국방차관의 발언도 여러 면에서 우리의 주목을 끈다.그의 발언은 북한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한 경협이 곤란하다는 견제의 의미로 해석되는데 이는 미국 정책의 일관성, 말하는 사람의 대표성 등 여러 면에서 문제를 보여준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대량파괴무기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대해 강경자세를 취하면서도 우리 정부의 햇볕정책에는 변함없는 지지를 보여왔으며 가장 최근인 10월말 한미일정상회담에서도 남북대화의 효용성을 확인한바 있다. 그런데 이제 남북한 경협에 제동을 거는 것은 북한-일본간 수교의 속도를 조절한데 뒤이은 후속 행동에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던져준다. 남북대화와 관련된 미국 정부의 일관성이 요구된다.

우리 정부도 북한 핵문제를 심각하게 판단하고 북한핵의 즉각적 포기를 확실하고 강력하게 요구하고있다. 현재 진행중인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우리측 대표단은 북한 핵이 해결되어야 경협이 활성화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고있다. 북한핵과 경협문제를 연계시키더라도 이것은 우리 정부가 결정할 문제이지 미국이 압력을 넣을 일이 아니다. 더구나 군사문제를 담당하고있는 국방부 소속 차관급 관리가 타국의 외교문제에 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가당찮은 일이다.

여러 방면으로 감지되는 부시 행정부의 태도 변화가 어떤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날지 우선 8,9 일 양일간 개최되는 한미일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미국은 당장 북한에 대한 중유지원을 중단해야한다는 쪽인데 반해 한국과 일본은 제네바 합의를 파기할 수 있을 정도의 강수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인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왜 한국과 일본이 강경책의 위험성을 우려하는지, 왜 국제사회의 여론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줄기차게 요구하는지, 그리고 진정으로 북한핵을 포기시키려고 한다면 강력한 제재와 외교적 압박 중 과연 어떤 방법이 효율적인지 종합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일본과 함께 미국의 급격한 강경 선회를 막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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