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인천항이 개항된지 120주년을 맞는 해다. 인천항은 외세에 의해 강제로 개항했지만 우리나라 근대사에 한 획을 장식하는 일이었음을 부인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에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인천의 정체성을 찾고 `바다의 도시 인천'을 되살린다는 취지로 `개항 120주년기념사업 추진기획단'을 구성키로 했다고 한다. 내년 바다의 날(5월31일)을 전후해 시민들이 대거 참여하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구상에 대해 시민단체의 반발이 확산되고 인천시도 못마땅해 한다는 소식이어서 걱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인천해수청이 인천항을 주제로 한 `인천바다축제'를 주관하겠다고 나서자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이 한결같이 `인천 앞바다와 인천항의 주인은 해수부가 아니라 인천시민'이라며 `인천시가 나서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인천해수청이 인천시와 10개 군·구를 포함해 지역 기관·단체들로 `추진기획단'을 구성키로 하자 행사 목적과 명칭을 둘러싼 반발이 거세다고 한다. 이들은 항만과 바다에 대한 관심을 확대해야 하는 시점에서 바다관련 축제는 인천해수청이 아니라 인천시와 시민이 주도하는 명실상부한 인천바다축제가 돼야 마땅하다고 지적한다. 축제는 시에 맡기고 인천해수청은 항만발전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시 입장도 인천해수청에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해수청과 별도로 인천의 역사와 바다, 항구, 문화, 예술이 총망라된 인천만의 독특한 축제를 만들어 시민정체성 확립은 물론 인천 대표관광상품으로 내놓기 위해 내년부터 `제1회 인천바다축제'(가칭)를 기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년도 개항관련 축제가 인천시민 중심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개항100주년 기념탑이 철거되는 마당에 일제에 의한 강제침략을 기념하려 한다는 어느 시민단체의 행정기관 역사인식 비난은 논외로 치더라도 항도(港都) 인천을 대내외에 널리 알리고 인천의 위상을 드높이는 행사가 항만기관 주도로는 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260만 시민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행사주체를 놓고 기관·단체간 주도권 다툼을 할 게 아니라 범시민적 기구를 구성해 추진해야 마땅하다. 그래야만 외세에 의한 강제개항을 굳이 `기념'하려고 하느냐는 지적도 포용할 수 있다고 본다.

각급 기관·단체의 현명한 대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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