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가 시끄럽다. 국보법 폐기, 과거사 정리와 수도이전 문제 등을 놓고 여야 뿐만 아니라 각각의 찬반 세력이 장외집회 경쟁을 하고 있다. 또 고교등급제 파문을 둘러싼 교육집단 간에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이 모든 것을 진보세력은 개혁 대 수구 간의 갈등으로, 보수세력은 좌익친북과 자유민주주의 간의 투쟁으로 각각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최근의 국내의 혼란상을 정리하고 해석하는 다른 한 가지 방식은 모든 문제를 정치와 교육으로 풀어보는 것이다. 이것은 우선 정치와 교육이 우리의 여러 문제 중에서 가장 심각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정치가 여러 분야 중에서도 우리의 국가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평가와 분석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17대 국회는 조금 나아졌는지 모르지만 나라를 이끌어가는 여러 집단 중에서 국민들이 제일 불신하고 제일 문제가 많고 후진적인 것으로 보는 것이 정치인이고 국회의원들이다. 조금 경력있는 정치인 치고 정치자금이나 뇌물수수 등 각종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거나 구속 한 번 안돼 본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이것은 그간의 돈이 드는 우리의 선거 풍토와 제도 외에도 일인지배의 정당구조, 각종 정치관련 법과 제도의 후진성 등이 원인이라 하겠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보면 그간 해방과 분단 이후 반세기가 안되는 짧은 시간 안에 고도경제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소위 `성장의 비용'을 정치 분야가 치루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빵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유나 민주 같은 가치는 어쩌면 사치였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정치인의 충원 메카니즘을 보면 크게는 두 부류로 부터였다. 하나는 산업화세력 즉 군과 관료 아니면 기업인 출신들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에 저항한 민주화 세력 즉 운동권 출신들이다. 문제는 후자가 정권을 잡은 YS나 DJ 정부에서도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별로 좋아지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투쟁밖에 해보지 못한 민주화세력의 수권능력과 비전의 결여 때문이라는 지적에도 적지 않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 같다.
 
교육은 어떤가. 우리가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조그만 땅덩어리에서 그나마 이 정도 먹고 사는 것도 모두 그 교육열 때문이라고 하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90년대 이후 우리가 모든 분야에서 질적 성장을 하는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추진해온 여러 가지 교육제도의 개혁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21세기 지식기반 시대에서 우리의 교육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더 이상 우리의 장점이 아니라 국민을 분열시키는 애물이 되어버린 사실이다. 교육은 기회의 균등을 보장함으로써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고 능력있는 사람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보장하다는 의미에서 국가경쟁력 증진과 사회정의 구현의 가장 확실한 정책수단이자 제도이다. 고교등급제의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후자 즉 사회정의 구현을 강조하는 반면 내신의 변별력 부재를 주장하는 측은 결국 전자 즉 국가경쟁력 증진을 강조하는 셈이 된다.
 
이상과 같이 정치와 교육이 우리 사회의 골치거리가 된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차원에서 문제를 보면 이 두 분야가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비교우위가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정치를 볼 때 적어도 아시아에서 우리의 정치는 가장 민주화된 측면이 있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야당에 의한 정권교체 실현 등은 아시아의 선진국인 일본과 비교해도 앞선 면이 있다. 얼마 전 대통령 탄핵과 복권 사태는 긍정적으로 보면 거의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일로서 우리의 민주화 수준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중국이 최근 무서운 경제성장으로 새로운 세계 강국으로 부상하고는 있지만 정치적으로 아직은 공산당 일당독재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교육도 우리 국민의 전통적 교육열과 우수한 두뇌 등을 제도적으로 잘만 결집하고 개발하면 다시금 우리의 경쟁력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 매년 해외로 나가는 유학인력을 국내에서 소화하고 제대로 키워낼 수 있는 제도와 메카니즘을 구축하는 데 지혜를 모은다면 우리가 적어도 아시아에서 교육 선진국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폴 케네디는 21세기에는 정치적 리더십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했다. 동양에서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했다. 정치가 좀더 단기적이고 의지적 요소가 강하다면 교육은 장기적이고 이성적 요소가 강한 것이 차이라 하겠다. 우리의 현재가 어지럽고 힘들더라도 바로 가장 어렵고 힘든 것에서 희망을 가지는 것 그것이 우리의 정치인과 교육계 그리고 우리 국민 모두가 가져야할 자세가 아닐까?

박제훈 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대학 교수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