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방송대 교수·前MBC워싱턴지사장)
 
2년 전쯤인가 강원도에 힘이란 영화가 개봉된 적이 있다. 주인공은 유부남 대학 강사와 제자인 여대생이다. 둘 사인 불륜의 관계다. 이들이 각기 강원도를 여행하면서 줄거리는 엮여진다. 주요 배경으로 속초와 강릉, 설악산과 동해바다가 연이어 펼쳐진다. 모두가 서울에서 여행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고 가장 많이 찾아 가는 곳이다. 이 영화를 대하면서 강원도의 홍보 영화인가 자꾸 의구심이 갔다. 제목부터가 그랬다. 스토리 또한 무슨 독백의 연속을 헤매는 것 같이 난해했다. 나중에 평을 보니 해석의 자유를 거의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작품이라 적극적 영화보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도 작품성을 인정받아 국내 대종상에도 입상하고 국제 칸느 영화제에도 초청을 받았다. 내용이야 어쨌든 강원도는 분명 이 영화로 힘을 받았을 것이다. 자연 경치가 그 힘의 원천임을 입증한 셈이다. 그럼 우리 경기도의 힘은 무엇인가. 엊그제 대한민국 헌법 재판소는 실로 엄청난 일을 해 냈다.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건설은 위헌이라고 판결을 내렸다. 많은 도민들은 혹여 지난번의 대통령 탄핵소추안처럼 편을 들어 줄까 노심초사한 것도 사실일 게다. 계란으로 비유하자면 서울은 노른자위요, 경기도와 인천광역시는 흰자위다. 흔한 말로 제일 중요한 부분은 노른자위로 대칭되지만 흰자위의 역할도 그에 못지않다.
 
우선 늘 방패막이 되질 않는가. 요즘은 콜레스테롤 때문에 노른자위를 피하는 사람도 많고 흰자위만 쓰는 음식 메뉴도 있다. 그간 경기와 인천은 수도 서울의 역할 편중과 인구과밀의 해소 대안으로 각종 개발의 혜택이 주어진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지리적 여건이 다른 곳보다 월등 나아서 이었음일 것이다. 하지만 그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 시책도 뒤바뀌어 지금은 오히려 피해자 입장이다. 우선 효율 면에서 광명 고속철 역사와 인천국제공항의 역할이 영 말이 아니라 한다. 김포 신도시 계획수정은 지금 도민원성(怨聲)의 제1호쯤으로 커 가고 있다.
 
파주와 송도 신도시, 평택 미군기지, 시화호, 굴포천, 동두천 계획 등등에 언제 또 제동이 걸릴지 모를 일이다. 그간의 행태로 보아 누가 장래를 보장하겠는가. 지금 이 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경제 사정이 어렵다고들 한다. 국민 개개인의 삶이 구차해지면 나라살림 또한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도나 시의 살림도 역시일 게다. 헌재 판결 후 손학규 경기도 지사의 성명에서 “수도이전 반대는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충정이라는 것이 확인됐다며 이제는 모든 불신과 사회적 갈등 반목을 종식시키고 경제회복과 민생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한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민심 민의를 깊게 잘 짚어 낸 것 같아 이를 적극 환영하고 지지한다.
 
이젠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제반 행정이 절실한 때라고 본다. 그간 수도권 확장으로 이것저것 벌여 놓기만 했지 실효 없이 팬딩된 큰 사업들이 주변에 너무도 많아 보인다. 우선 새 계획은 뒤로 미루고 벌여논 사업들에 대한 결실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사진찍기식의 행사위주와 전시행정은 이제 제발 그만하라고 공직자 모두에게 충고하고 싶다. 우리네 가풍에서 장자(長子)우선이란 오랜 유가사상으로 둘째는 늘 첫째에 치며 살았다. 나면서부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흔하게 독특한 성격으로 변하지만 그만큼 독립심이 강해지고 양보심 이해심도 많다.
 
그래서 둘째가 잘 된 집은 늘 화목하기 마련이었다. 반대로 둘째가 억지나 행패로 나온 집은 불화가 끊일 날이 없고 결국 의절하며 평생을 지내는 이웃들을 참 많이 봐 왔다. 위로는 형 잘 받들기를 위시해 아래론 셋째, 넷째 아우들을 중간위치에서 보살피고 아껴주어야만 하는 게 바로 둘째의 몫인 것이다. 이 나라에서 우리 입장은 둘째인 셈이다. 그런 경기도가 힘을 낼 차례다. 인천시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뒷마무리에 힘을 받아 처결해야할 일들이 참 많다.
 
자, 우리 경기도, 인천시 그리고 도민, 시민 여러분 모두 힘찬 내일을 위해 구호 한번 외쳐 보시길......아-자 파이팅!

이현규 객원논설위원
(동아방송대 교수·前MBC워싱턴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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