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억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가계대출 억제 후속조치가 나왔다고 한다. 그 동안의 가계대출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증가세가 지속돼 후속조치를 내놓게 됐다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설명이다. 이를 반대로 보면 가계대출 조정을 위한 적기를 일단은 놓쳤다는 얘기가 된다. 계속된 내수 진작책과 부동산 투기 열풍, 은행들의 안이한 영업자세, 일부 가계의 분수 넘치는 부동산 및 주식투기 등이 어우러져 빚어진 결과다. 가계대출 부실이 제2의 경제위기를 부르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서둘러 수습에 나서야 할 때다.
 
은행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이자도 싸고 때마침 수도권 일대의 부동산값까지 올랐으니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사람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부동산이 아니더라도 싼 이자맛에 우선 대출을 받아 주식 등에 투자하는 사람 등 어설프게 재테크에 나선 이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 결과 10월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이 212조5천억원, 그중 주택담보대출이 123조에 이르렀고 올들어 10개월 동안 이뤄진 가계대출만도 57조원 이상이 됐다고 한다. 가계의 무절제한 씀씀이는 은행대출 뿐만 아니라 한참 전부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신용카드 사용액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3·4분기 신용카드 사용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0% 이상 늘어났고 보험권의 개인부문 대출도 9월말 현재 2조9천억원으로 작년 같은 때에 비해 24.6% 늘어났다. 각 가정에서 무슨 용도로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중소기업 대출증가 추이를 보면 어렴풋이 나마 짐작이 된다. 중소기업 대출액은 10월말 현재 196조9천억원으로 지난해말에 비해 22.7%가 늘어났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이 대출액 가운데 상당액을 설비 투자 등 생산활동이 아니라 운전자금 등으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와 중소기업 모두 우선 손쉬운대로 대출을 받아 바람직하지 않은 운용을 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결국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책이 계속되고 잇단 외국기관의 경고가 나오기에 이른 것이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가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세를 경고한데 이어 컨설팅사인 매킨지도 한국의 가계대출 비중이 국내 총생산의 70%를 넘어 위험수위라고 경고하고 있다. 90년대 초 빚 얻어 집을 샀다가 부동산 거품이 빠져 시달리고 있는 일본내 많은 가정의 예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