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복싱 사상 첫 여성 챔피언이 오는 16일 탄생한다.
 
한국권투위원회(KBC)는 이인영(30·산본체육관)과 김주희(17·거인체육관)이 맞붙는 여자 초대 플라이급(50.8㎏) 챔피언결정전 8라운드 경기를 16일 오후 5시 서울캐피탈호텔 특설링에서 갖는다고 13일 밝혔다.
 
경쟁자보다 10살 이상 많은 이인영은 외모로 봐서는 쉽게 여자인지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20대 초반 청년의 모습을 닮았다.
 
지난 4월까지 7년간 한 식품 납품 회사에서 일하면서는 남자들도 쉽게 들기 어려운 20㎏ 짜리 포장두부를 번쩍 번쩍 들어올리는 괴력을 발휘, 격투기 선수의 자질을 보이기도 했다.
 
이인영은 어린 시절 텔레비전을 보면서 복싱선수로 링에 서보고 싶다는 희망만 품어오다가 최근 여성에게도 복싱 입문 기회가 주어지면서 서른을 넘겨 비로소 복싱선수로서의 꿈을 실현시켰다.
 
이인영은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처럼 요즘 샌드백 때리는 재미에 푹 빠져 복싱에만 전념하고 있고 남자 복서를 능가하는 가공할만한 펀치력을 앞세워 세계챔피언 자리에도 올라서보고 싶다는 야심찬 계획을 품고 있다.
 
또 무섭게 내지르는 원투 스트레이트와 좌우 훅은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할 정도.
 
이인영과 맞서게 될 김주희는 반대로 복서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
 
영등포여고 2학년에 재학중인 김주희는 3년 반 전에 취미 삼아 복싱을 시작했던 언니를 따라나섰다가 주먹을 미트에 꽂는 재미에 푹 빠져 프로에까지 입문하게 됐다.
 
빠른 발과 스피드를 이용한 스트레이트가 주무기로 나이는 비록 어리지만 4년차에 가까이 되는 베테랑답게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고 승부욕도 무척 강한 편.
 
경력은 더 길지만 아직 재학중인 관계로 학교를 마친 뒤 연습을 해야하기 때문에 상대에 비해 연습량이 다소 적은 것이 걱정이다.
 
전문가들은 조기에 승부가 갈릴 경우 이인영이 유리하고 장기전으로 갈수록 김주희 쪽으로 승부의 추가 기울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한국 복싱사를 새로 쓰게 될 초대 여자챔피언 자리를 결코 양보할 수 없고 이를 발판으로 세계챔피언까지 도전해 보겠다고 벼르고 있어 한쪽의 일방적이 우세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여자 챔피언전은 여성 복싱과 침체 일로에 있는 한국 복싱계에 활로를 열어주기 위해 KBC가 마련한 행사로 다른 체급에서도 등록 선수가 늘어날 경우 역시 초대 챔피언을 가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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