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32.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가 14일 오전 서울일원동 삼성서울병원 1702호실에서 `국민적 마라톤 영웅' 손기정(90)옹과 안타까운 만남을 가졌다.

쥐색 반코트에 조깅화 차림으로 제주도에서 아침 비행기로 급히 상경한 황영조는 전날 만성신부전증과 폐렴증세로 입원, 사경을 헤매고 있는 손기정옹의 두손을 꼭 잡은 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산소호흡기를 대고 사선(死線)을 넘나들고 있는 대선배이자 할아버지인 손기정옹과 함께 했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고 갈 뿐이었다.

"`이제는 마라톤이 아니라 장수하는 것으로 기록을 세워보고 싶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이 떠오른다"는 황영조는 차갑게 식어버린 손기정옹의 하체를 만지는 순간눈물을 왈칵 쏟았다고 한다.

황영조는 "할아버지는 저에게 항상 예전과 지금의 마라톤에 대해 많은 말씀을 해주신 인간적이고 외로우신 분"이라며 "단순한 마라토너가 아닌 우리역사 그 자체이며 마라토너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신 분"이라고 말했다.

손기정옹의 가족들과 황영조는 "할아버지가 생전에 자신의 장지에 대해 고민을해 오신 것으로 안다"며 "우리 역사의 산증인인 할아버지를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길이 할아버지는 물론 가족들과 저를 비롯한 많은 국민의 바람"이라며 당국의 배려를 호소했다.

전날 병실을 찾은 이봉주 선수에 이어 `손-황' 두 마라톤 영웅의 30여분간 짧은 만남은 지난 한세기간 굴절과 환희로 점철된 우리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순간이었다.

황영조는 `손기정의 마라톤 생애와 사상'을 주제로 대학원 논문을 쓸 정도로 손기정옹에 대해 각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손기정옹은 현재 정인(61)씨 등 가족들의 간호아래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영양수액과 항생제 투여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지만 의료진은 호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혀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