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시민구단인 대전 시티즌이 올 시즌을 끝으로 파행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 시티즌의 대주주인 계룡건설은 프로축구단의 적자 누적으로 인해 올 시즌후 구단의 정상적인 운영이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 최근 대전시를 상대로 구단 인수기업 물색을 타진했다고 14일 밝혔다.
 
대전시 관계자는 “이원보 계룡건설 회장이 최근 시장을 만나 인수기업 물색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전 박문우 사무국장은 “이달 FA컵에는 출전하지만 현 상태로는 팀 운영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현재 시티즌의 컨소시엄 운영 문제에 대해서도 지난 5일 시관계자들과 만나 공기업 인수 등을 논의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계룡건설측의 요청에 대해 시측은 시청과 산하 공기업이 프로구단을 운영할 수 없도록 한 관련 법률을 들어 직접 인수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룡건설은 올초에도 팀 운영 포기 의사를 밝혔으며, 이에 따라 시는 충청을 연고로 둔 한화그룹을 상대로 인수를 타진했으나 “대한생명 인수 때문에 지금은 어렵다”는 불가 입장을 통보받았고 이후 담배인삼공사측에도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
 
시는 현재 시티즌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시즌 종료 후 시민공모와 새로운 컨소시엄을 추진하고 있으나 경기침체와 법적 제한 등으로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여기에다 지역기업들이 시티즌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에 회의적인 것은 계룡건설이 막대한 구단 양도금을 요구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관계자는 “양도금은 모르는 얘기”라고 논의 자체를 부인했지만 지역 축구계에서는 “계룡이 구단에 단독으로 지원한 돈은 올 한해 20억원 가량에 불과하다”며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인수기업이 사실상 없는 상태에서 적어도 적자보전 액수는 받고 팔아야겠다는게 구단의 입장이어서 시와의 의견조율 또한 힘들 전망이다.
 
대전 시티즌은 96년 대전시의 주도로 향토 기업인 동아그룹(44.45%)과 계룡건설(22.22%), 충청은행(22.22%), 동양백화점(11.11%)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창단됐으나 외환위기의 여파로 계룡건설을 제외한 다른 기업이 퇴출되면서 팀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대해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대전이 구단 운영에 애로를 겪고 있는 과정에서 시에 대해 더 많은 지원을 촉구한 것이지 해체하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라며 이원보 회장의 제스처가 `엄포용'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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