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새벽 타계한 손기정(90)옹이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 직전 역주하는 모습의 사진이 공개됐다.

또 그보다 한해 전인 1935년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도쿄신궁경기대회에서 1위를 차지, 시상대에 오른 손옹의 측면사진도 최초로 소개됐다.

이들 두 대회 관련 사진은 일부가 언론에 의해 반복적으로 보도됐으나 전혀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이 일반에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손기정옹 관련 자료를 꾸준히 수집해온 화가 강형구씨는 15일 이들 자료를 연합뉴스에 제공하는 한편, 손옹을 비롯한 베를린올림픽의 주요 선수들 모습이 실린 컬러사진 월간지 ≪국제사진정보≫(일본 도쿄 '국제정보사' 발행)의 1936년 9월호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베를린올림픽 우승 장면에는 일장기가 선명하게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골인하기 직전의 모습이 담겼다. 이는 잘 알려진 골인 사진보다 한 발짝 전의모습이다.

강씨는 "이 사진은 이미 공개된 골인장면보다 정면성이 강조된 것으로 세계적인 마라톤 영웅답게 지친 기색없이 팽팽한 결승 테이프를 향해 당당하게 달려오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또다른 사진인 도쿄신궁경기대회 시상식 장면은 식민지 청년의 비애가 물씬 배어나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스물 세 살의 손 선수는 양정고보 유니폼을 입고 우승했으나 막상 시상대에 오른 옆모습은 처절하기 이를 데 없다.

강씨는 "손 선수는 2시간 26분 42초(당시 올림픽기록 2시간 31분 36초)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가장 높은 시상대에 올랐으면서도 기쁨에 넘쳐 환호하기보다 고개를 푹 떨어뜨려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의 교차를 읽게 한다"고 설명했다.

10여년 전부터 손옹의 자료를 수집해온 강씨는 그의 초상화와 테라코타 조각 등을 제작해왔으며 그에 대한 평전 집필도 준비중이다. 또 1996년 이후 같은 동네에서 가까이 살며 촬영한 스틸사진과 비디오테이프도 다수 확보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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