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가 GM-대우차 출범을 앞두고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대우차의 최대 부품업체인 한국델파이가 납품대금 지급의 지연 등을 이유로 지난 27일부터 부품 공급을 중단함에 따라 부평·군산·창원공장 등 3개 승용차공장의 가동이 28일 전면중단돼 GM-대우차 출범의 차질은 물론 최악의 경우 GM과의 매각계약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했다.
 
또한 대우차의 가동중단으로 대우차 협력업체들의 납품도 중단돼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영세 협력업체들의 연쇄도산도 우려되고 있다.
 
◇대우차 왜 가동중단됐나=이번 대우차 가동중단의 원인은 일단 그동안 협력업체들의 납품대금을 2주단위로 지급하던 대우차가 지난 6월부터 납품대급 지급을 4~5주 지연시킨데서 비롯됐다.
 
한국델파이를 비롯한 협력업체들은 대우차에 이미 상당한 돈이 물려있는 상태에서 납품대금 지급마저 지연되면서 자금사정이 더욱 어려워졌고 부품을 공급할 수록 손해라는 판단아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부품공급 중단을 예고해 왔다.
 
특히 대우차 최대 부품업체인 한국델파이의 경우 대우차 부도로 2천140억원이 물려있는 상황에서 납품대금 지급지연으로 자재조달도 어려운 처지여서 부품공급을 중단하고 휴업을 늘릴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한국델파이를 제외한 대우차 협력업체들로 구성된 상거래채권단은 지난 26일 임시총회를 열어 납품대급의 정상적인 지급과 대우차 부도로 물려있는 정리채권의 전액 현금결제 등을 요구하며 29일부터 부품공급을 중단키로 결의했었다.
 
대우차 협력업체들은 납품대금 지급의 지연과 관련, 채권단이 대우차 정리계획에서 당초 약속된 변제금중 공익채권(대우차 부도 이후 발생한 채권)을 늘림으로써 협력업체들에게 돌아갈 정리채권 변제부분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대우차 정리과정에서 채권단이 자신들의 몫을 늘리기 위해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는 것으로 대우차 가동중단 사태는 결국 대우차 정리계획안을 둘러싼 채권단과 협력업체간의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대우차 상거래채권단은 대우차 정리채권 인가안에 따르면 협력업체가 실제로 변제받을 수 있는 채권액은 총정리채권의 40~60%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변제시기가 2004년 이후로 돼있어 협력업체의 자금난은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해결방안은 없나=이번 대우차 가동중단 사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들과 대우차·채권단이 납품대급 지급 문제와 대우차 정리계획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가능하다.
 
그러나 협력업체들과 채권단간의 이견이 커 쉽게 해결의 실마리가 찾아질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한국델파이의 경우 부품공급 재개를 위해서는 납품대금의 선금 지급 및 정리채권의 공정한 변제에 대한 약속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한국델파이는 대우차 관계회사였다는 이유로 정리채권 변제에서 다른 협력업체들보다 낮은 변제율을 적용받도록 돼있으나 이를 다른 협력업체들과 같은 비율로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델파이를 제외한 191개 대우차 협력업체들로 구성된 상거래채권단은 ▶정리채권을 전액 현금 변제할 것 ▶변제시기를 올해부터로 앞당길 것 ▶GM이 인수하는 부채 2억5천만달러를 전액 정리채권 변제에 사용할 것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우차 채권단은 대우차 정리계획안과 관련된 협력업체들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고 다만 납품대금과 관련한 어음할인이나 긴급자금 지원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자신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협력업체의 몫만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대우차는 공장 가동중단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이종대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협력업체와 채권단을 설득하는 작업에 들어갔으나 이같은 입장 차이 때문에 쉽게 타결점을 찾지 못해 가동중단 사태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가동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대우차 매각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했다는 것을 이유로 GM이 계약을 해지하고 매각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어 이같은 일이 현실화된다면 우리 경제에 커다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대우차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GM-대우차의 출범의 차질은 물론 협력업체들의 연쇄도산으로 공멸의 길로 갈 수 밖에 없어 해결점을 찾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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