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의 높은 교육열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기는 하지만 막상 세계 1위라는 통계를 접하니 학부모들이 겪는 경제적 부담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되고 남는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2년 교육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국내총생산 대비 총교육비 지출비율이 30개 OECD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고 한다.

교육비 지출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은 국가적 차원의 공교육비 지출이 많아서가 아니라 민간부문 교육비 지출이 높기 때문이다. 공교육비 지출비율은 4.1%에 불과한 반면 민간부문 교육비 지출이 2.7%나 되기 때문에 총교육비 지출비율 6.8%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교육비를 쓰는 나라가 된 것이다. OECD회원국 대부분의 민간부문 교육비 지출비율이 1% 미만이라는 것에 비하면 우리국민들이 지나치게 많은 교육비를 부담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처럼 허리가 휠 정도로 과도한 교육비를 부담하고 있지만 교육여건은 뒤떨어져 학급당 학생수와 교사 1인당 학생수 등이 모두 OECD회원국 평균치보다 훨씬 열악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 공교육은 유엔산하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위원회가 지난해 이례적으로 정부에 강화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할 정도로 취약한 형편이다.

오늘의 우리교육은 공교육위기론이 제기될 정도로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지난 한 해 사교육비로 지출된 돈이 자그만치 26조원이라는 통계를 접하면서 과도한 교육열과 배타적인 경쟁의식이 가져오는 폐해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투자를 늘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류대를 나와야 장래가 보장된다는 학벌주의를 불식시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공교육의 위기를 가져온 요인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교육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투자증대, 정부의 교육정책이나 제도 개선 등 많은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당장 교육비 투자를 늘리고 교육정책이나 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공교육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학벌주의 사회에서는 일류대에 가는 것이 지상목표인데 질 낮은 학교교육만으로는 어렵다는 생각을 학부모들이 갖고 있는 한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교육 내실화로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쌓는 일부터 시작돼야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