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부두를 비롯해 인천 앞 바다에서 서식하는 생물에서 내분비계 장애물질인 유기주석화합물질(MBT, DBT, TBT)이 발견됐다는 소식이다. 유기주석화합물질은 선박에서 생물부착 방지용으로 사용하는 도료에 포함된 내분비계 장애물질로서 인체의 성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이 물질에 대한 기준치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인천 앞 바다에서 잡은 어·패류를 먹는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천 앞 바다에서 잡힌 고기를 먹을 경우 생물의 암수가 뒤바뀌는 성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그동안 해양오염의 심각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돼 왔음에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관계당국의 안이한 행정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로서 되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하겠다.
 
보도에 따르면 인천보건환경연구원이 올해 연안부두와 송도 동막, 강화 동막, 소래포구, 만석부두, 외포리, 영종도 일대 해수와 퇴적물을 비롯, 이 일대에 서식하는 바지락 및 가무락, 망둥어 등 생물시료 200건을 조사한 결과 유기주석화합물질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유기주석화합물질은 퇴적물에서 ▶MBT=33.10∼82.82ppb ▶DBT=7.19∼29.17ppb ▶TBT=1.22∼30.86ppb가 검출됐으며 생물에서는 각각 0.06∼0.16, 0.35∼1.02, 0.66∼16.81ppb가 축적된 것으로 조사됐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치 않지만 우리는 그동안 내분비계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성분에 오염된 어·패류를 먹어 왔다는 데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는 수돗물을 그대로 식용수로 사용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일은 적이 있다. 그 때는 수돗물에 대한 수질검사를 공개하는 것조차 금기시 됐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인천보건환경연구원이 이같은 인체유해물질을 밝혀낸 만큼 정부도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인천 앞바다에서 잡은 고기를 단 한 마리도 먹을 수 없더라도 반드시 국민의 건강이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오염된 것은 사실을 시인하고 그 대안을 마련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국민은 정부를 신뢰할 수 있다. 이번 조사가 조사에서 끝난다면 국민의 불신은 물론 오히려 큰 혼란만 야기할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적극 앞장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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