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지리 = 원학희.한종만.공우석 등 공저. 대우재단이 지원하는 대우학술총서의 535번째 성과물로, 아마도 국내 최초의 러시아 지리연구서가 아닌가 한다.

기존 여행안내서류의 지리서가 모스크바 중심의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하나의 소비에트 국가세계를 강조한 데 비해 이 책은 세계 대륙면적의 8분의 1이나 차지하는 광대한 영토와 다양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러시아인 뿐만 아니라 여러 민족이 거주하는 지역의 상이한 특성을 서술하는 데 주력했다.

1부는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의 특성을 다루었고, 2부는 러시아 여러 지역을 지지적(地誌的)으로 기술했다. 마지막 3부는 한국과 가깝고 교류도 적지 않은 극동지역을 특화했다. 아카넷. 464쪽. 2만2천원.

▲로마문화 왕국, 신라 = 와세다대 출신으로 일본의 고대유리 전문가인 요시미츠 쓰네오(由水常雄.66)가 지난해 일본에서 같은 제목으로 출간한 신라사 단행본이다. 책의 성격은 '방대한 유물과 사료로 파헤친 신라문화의 비밀'이라는 부제에 잘드러나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 요체는 신라는 그리스.로마 문화가 꽃핀 동방 왕국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분)을 비롯한 경주지역 4-6세기 유적에서 출토되는 유물들을 제시한다.

흔히 황금문화로 대표되는 이 무렵 신라의 유물, 예컨대 나무모양 금관이나 황금 귀고리, 팔찌, 혁대와 각종 화려한 유리제품의 원산지 혹은 원천으로 그리스. 로마를 지목한다.

저자는 문헌기록으로도 시야를 넓혀 적어도 6세기 이전 신라의 문화 원류는 중국이 아니라 그리스.로마임을 주장한다. 이렇게 말하는 저자의 궁극적 목표점은 어디일까?

그는 두 가지를 지목한다. 첫째는 고대 일본문화에서 볼 수 있는 로마와 페르시아 문화의 수수께끼를 밝히는 것이고, 둘째는 '수수께끼의 4.5세기'라는 일본 고대사의 비밀을 풀어헤치는 것이다.

일본 고대사 해명을 위한 전단계로 신라사에 접근하고 있음을 엿보이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중국에 치우친 한국고대사 연구의 시야를 넓히는 데 적지않은 역할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사료나 유물을 무리하게 자신의 학설을 뒷받침하는 데 끼워맞추려는 흔적도 역력하다. 오근영 옮김. 씨앗을뿌리는사람. 312쪽. 1만8천500원.

▲이성.진리.역사 = 민음사가 기획하는 '현대사상의 모험' 시리즈 9번째 작품으로 현대 영미철학계를 주도하는 힐러리 퍼트넘(Hilary Putnam)의 1981년 저서 「Reason, Truth and History」(케임브리지대 출판부)를 서울대 철학과 김효명 교수가 우리말로 옮겼다.

수학과 물리학, 언어학을 학문적 토대로 탄탄히 다진 현대 분석철학의 고전인데 합리성에서 비롯되는 서구철학의 근본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룬다. 나아가 이런 성찰은 도덕과 정치, 역사 등의 실천영역으로 확장된다.

그에 따르면 합리적 탐구에 대해 세계는 외적으로(externally)가 아니라 내재적으로(internally) 있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의 다양성에 따라 세계도 다양하고 진리도 다양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도덕과 가치의 문제가 단순히 각 문화에 상대적으로 생긴 현상에 불과하고, 인습적이며 우연적이라는 미셸 푸코나 토머스 쿤, 제레미 벤덤 등의 상대주의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376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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