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네발 달린 것들로는 책상만 빼고, 나는 것들로는 비행기만 빼고, 물 속에 사는 것들로는 배만 빼고 못 먹는 것이 없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요리의 X파일을 가진 나라다. 언젠가 TV에 중국에서 박쥐로 만든 요리가 등장했다는 소식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 갑자기 중국에서 날아다니고 기어다니고 뛰어다니는 모든 생물들이 불쌍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도대체 중국요리가 가진 그 다양함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물론 이런 요리들은 방대한 중국요리의 한 일부분에 불과하다. 중국요리는 이미 세계의 미식가들의 입맛을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고 매년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여행객들을 이곳 중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흔히 우리가 중국음식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요리로는 자장면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중국에는 자장면이 없다. 왜? 자장면은 전통 중국요리가 아닌 중국형 한국음식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한국인들이 중국의 음식점에서 자장면을 자주 찾는 이유로 쉽게 만날 수 있지만 역시 자장면은 한국에서 철가방이 번개처럼 배달해주는 맛이 제일이다. 그러면 대표적인 중국요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짬뽕? 탕수육? 아쉽게도 중국에는 대표적인 요리가 없다. 이유는 중국요리 하나하나가 모두 대표적인 요리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문화, 예술, 철학이 담긴 4대 요리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땅을 가진 만큼 음식종류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조리법도 다양하고 향료도 가짓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또 오래 전부터 차를 즐겨 마셔 차 문화 역시 많이 발달된 곳이기도 하다. 기름을 많이 사용하는 중국의 음식문화에 비해 비만으로 고민하는 중국인들이 없는 이유도 바로 차를 자주 마시는 습관 때문이다. 중국 차를 접해본 사람들은 그 향과 맛을 오랫동안 잊지 못하는데 바로 찻잎을 고르고 물을 끊여 붓는 방법까지 정성을 다하기 때문이다.
중국요리는 크게 4대 요리로 구분짓는데 상해요리, 사천요리, 북경요리, 광동요리로 지역의 이름을 딴 것들로 지역의 특색에 맡는 요리가 발달했다. 상해요리의 특색은 요리 재료 본래의 맛을 중요시하여 강한 불로 재빨리 볶아서 신선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낸다. 주로 해산물을 이용한 찜과 조림이 주를 이루는데 푸룽칭세 (바닷가재 요리), 홍사오로우(돼지고기에 진간장을 써서 만든 요리), 샤오롱파오(뜨거운 수프가 들어있는 만두)등이 유명하다.
사천요리는 매운 맛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고추, 후추, 마늘, 파 등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요리이기도 하다.
이곳의 지역은 사면이 산으로 싸여있고 기후가 습윤하여 가축들이 잘 자라는 조건으로 육류요리가 발달되었고 빵빵지(닭을 고추와 참깨로 맛낸 것), 동파육(돼지고기에 술을 넣고 삶은 요리), 마파두부 등이 유명하다.
북경요리는 일명 궁중요리라고도 불리는데 중국의 황제들이 즐겨먹던 음식들이 주를 이룬다. 과연 신으로 받들어졌던 중국의 황제들은 어떤 요리를 먹었을까? 청나라의 절대권력을 자랑했던 서태후의 식탁에는 주식이 50여종, 요리가 120여종으로 여기에 사용된 재료로는 매일 500근의 고기와 100여 마리의 닭과 오리였다고 하니 서태후의 몸매가 과히 짐작이 간다.
궁중요리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각지의 진귀하고 좋은 재료를 골라 쓰는 것이다. 그리고 맛깔스러운 모양과 영양면에서도 가장 으뜸이 된다. 궁중요리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상어 지느러미, 말로만 듣던 곰발바닥, 오리물갈퀴, 제비집 등 주로 동물의 아래 부분(?)을 이용한 요리가 많다. 특히 세계에서 명성이 높은 요리인 북경 통오리구이는 궁중요리의 하나로 중국말로는 '베이징 카오야'라고 한다. 이 요리에 재물이 되는 오리는 사육법이 매우 독특한데, 부화한 후 50일이 된 오리를 좁고 어두운 곳에 15일 동안 가두고 강제로 먹이를 주면 영양과잉과 운동부족으로 통통히 살이 오른 오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 후의 일이야 말이 필요 없이 어느 여행객의 식탁위에 맛있는 자태를 드러낼 것이다.
광동요리는 온갖 요리 방식을 망라한 매우 잡다한 요리 체계가 형성되어 있다. 광동요리는 그저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은 요리들이 많다. 이곳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요리 재료로는 뱀, 살쾡이, 개, 원숭이, 고양이 등이 상위를 차지하는데 야시장을 돌아다니면 이들의 흉측한 올 누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재료들을 이용한 요리가 건강에는 좋은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로는 그리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중국요리는 중국인만이 만들 수 있다
요리는 무엇보다 만드는 사람의 정성으로 맛이 좌우된다. 중국은 예로부터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앞치마를 두르고 한두 가지 요리쯤은 거뜬히 만들어낼 만큼 음식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라 중에 중국음식점이 없는 곳은 드물고 중국음식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 또한 드물 것이다.
딱히 어느 것을 맛보아야 할지 결정하기조차 힘든 이 많은 중국요리야말로 중국인이 아니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중국의 혼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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