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무용가 최승희(崔承喜.1911-?)의 유일한 혈육이 대구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의 둘째 오빠인 승오씨의 아들 광섭(76.대구시 북구 읍내동)씨는 월북한 아버지와 고모(최승희) 때문에 공산당으로 몰릴 것을 우려, 고모의 공연 사진과 팸플릿 무용복 등을 남몰래 간직하면서 수십년간 이같은 사실을 숨긴채 살아왔다.

광섭씨는 "아버지는 경북 영천에 있던 심상소학교 교사로 계시다 고모의 요청으로 1940년께 교편을 놓으시고 해외공연을 따라 다니시면서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하셨다"고 말했다.

광섭씨는 그러나 아버지 승오씨가 고모를 비롯한 친척 대부분과 함께 월북한 이후 생계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어오다 경북 의성의 공업중학교 수학교사로 교편생활을 시작, 최근까지 대구와 경북지역 중.고등학교에서 교사로 활동해 왔다.

광섭씨는 "한때 아버지와 가족들이 월북한 것이 고모님 때문이라고 생각, 고모님을 원망하며 소중한 사진과 무용복 등을 불태웠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안타깝다"고 회고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에 아내 오정희(72)씨를 만나 화촉을 밝힌 광섭씨는 결혼 후에야 자신이 최승희의 조카임을 밝혔고 아내 오씨는 이같은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기도 했다.

오씨는 그러나 그동안 남몰래 간직해온 최승희의 사진과 팸플릿 등을 최승희 연구가인 중앙대학교 정병호 교수에게 기증할 정도로 최씨의 무용세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품어왔다.

오씨는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는 고모님이지만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고모님에 대한 재평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사진과 팸플릿을 기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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