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국가차원의 항생제 내성 안전관리 사업이 추진된다고 한다. 국민건강을 위협할 만큼 항생제 오·남용이 심각한 수준에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나마 관련당국이 때늦은 감도 없지 않지만 대책을 강구하겠다니 다행한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내년부터 농림부, 해양수산부, 국립보건원 등 8개 관련부처 및 기관과 함께 국가항생제 내성 안전관리사업에 착수키로 했다는 것이다. 국립보건원 및 각 시·도 보건환경연구원과 공동으로 항생제 내성 병·의원 모니터 및 항생제 내성률 등을 조사하고 축·수산물 및 가공식품의 병원성 세균의 항생제 내성 등의 작업을 벌여 효율적인 항생제 내성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오·남용 폐해는 우려할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됐다는 것이 학계의 지적이다. 단적인 예로 폐렴구균에 대한 페니실린의 내성률이 70~78%로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자료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병·의원의 과도한 항생제 처방이 논란을 빚고 제약업계의 항생제 생산 비중이 급격한 증가 추세에 있다는 것도 항생제 오·남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항생제를 남용할 경우 세균에 대한 내성이 생겨 더 강한 항생제를 써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기존 항생제로는 치료할 수 없는 신종 박테리아가 등장하는 등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항생제는 사람 뿐만 아니라 동식물의 사료 및 치료제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여기서도 역시 오·남용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시판항생제의 30%가 가축성장 촉진용이라고 하니 질병치료용까지 포함한다면 가축 등에 얼마나 많은 항생제를 사용할 것인지 알 수 없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소, 돼지 등의 목축과 양어산업 등이 대형화 되면서 동물의 질병 예방을 위해 항생제를 대량 사용하고 있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문제가 심각하지만 가축이 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다.

어쨌든 정부가 그동안 항생제 오·남용을 방치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늦게나마 국가차원의 항생제 내성 안전관리사업을 추진키로 한 만큼 실효성있는 대책이 마련돼 항생제 오·남용 세계최고라는 오명을 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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