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글은 멀티미디어 시대에 영어 등 로마자 못지않게 편리한 글자 조합으로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을 정도이다. 한글은 자모음 24개 글자로 구성되어 다른 언어에 비해서 글자 자체로는 배우기가 비교적 쉬운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음이면서 다른 의미를 가진 문자인 경우는 그 의미를 혼동하기 쉬운 면도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을 보완하는 것이 우리말의 70%를 차지한다고 하는 한자어의 의미를 한자로 표기하는 것이다. 이제는 전문도서부터 잡지는 말할 것도 없고 일상생활을 반영하는 신문까지 전부가 한글 전용으로 하다 보니 한자에 대해서 친숙할 기회를 상실하였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일관성 상실한 한자교육

 

우리 보훈청에서도 국가유공자에 대한 신상을 관리하는 자력 분야가 있다. 국가유공자 당사자 또는 유족의 호적을 기본으로 해 관리하다 보니 오래된 호적 등은 아직도 한문 독해가 어느 정도 필요한데 한자에 익숙치 않은 공무원은 때로는 난감한 경우에 직면한다고 한다.

이렇듯 한자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거의 실종되게 된 데에는 이구동성으로 교육정책의 일관성 상실을 지적하곤 한다. 대학 입시, 공교육 확립, 평생 교육 등 제반 교육 정책을 누가 담당하느냐에 따라서 조변석개 식으로 춤을 추다시피 했지만, 한자교육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자 문화권이라면 일반적으로 모국인 중국과 그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와 일본이다. 우리 한글과 유사한 위치에 있으면서 한자를 성공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일본의 예를 들면서 한자의 중요성을 제기해 보고자 한다.

일본어는 크게 히라가나(平名)와 카타카나(片名)로만 이루어졌다고 쉽사리 판단하지만, 한자라고 하는 칸지와 로마자인 로마지도 일본어 구성 요소로 분류한다. 일반적인 일본의 한자 실력을 보기 위해서 우리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소학교 6년 과정의 한자를 보면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이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소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배우는 한자 정도는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4학년 이후의 기본 한자는 우리 대학생들이 쓸 수 있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읽는 데도 버거워 할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리의 한자 실력은 거의 땅바닥을 기고 있다고 하면 무리일까?

세대별로 한자 교육 정책에 따라 한자 실력 수준이 다르다는 점에 그저 실소를 금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마냥 교육당국만 탓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의 세계화 시대에 정부에서 영어는 불필요하다고 단언한다고 해 영어 배우는 것을 손을 놓을 것인가? 영어는 누가 강조하지 않아도 별별 방법을 동원해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안달을 한다. 마찬가지로 한자도 정책 담당자가 뭐라고 해서 영향을 받을 것이 아니라 우리말의 일부라는 인식을 갖고서 열심히 배워야 오히려 우리말도 더 풍성해지고 나름대로 세련미를 더해 국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행히도 한자 열풍이 일부의 공공기관과 회사에서 불고 있다고 하며, 어린이들 가운데도 한자를 배우는 경향이 있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자를 우리 식으로 흡수 필요

언어는 고착화 된 것이 아니라 유기체로서 사회의 현상을 제일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수단이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언어 가운데 사회의 흐름과 함께 존망의 위기에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와 달리 우리 한글은 아주 먼 미래의 상황이야 예측하기 어렵지만, 7천만의 모국어로서 입지는 탄탄하다. 영어를 아무리 강조한다 해서 우리말이 영어에 흡수될 것도 아닌 것처럼 한자도 우리말의 일부로서 우리 식으로 편하게 흡수해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권율정 인천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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