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사진시집 `침묵'으로 노래 실력 못지않은 사진솜씨와 글솜씨를 과시하기도 하고 다큐멘터리 영화 주인공으로도 관객에게 얼굴을 내밀어 연거푸 우리를 놀라게 한 `포크록의 살아 있는 전설' 한대수(54).
 
그가 우리에게 `즐거운 충격'을 안겨주기 위해 또한번 `사고'를 쳤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세 명. 조카 뻘인 젊은 뮤지션 두 명을 끌어들여 함께 음반을 만든 것이다.
 
포크록의 한대수, 헤비메탈 그룹 백두산의 기타리스트 출신 김도균(38), 재즈피아니스트 이우창(34)은 `삼총사'란 이름으로 3장의 세트 앨범을 선보인 데 이어 12월6일 오후 8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무대를 꾸민다.
 “장르는 다르지만 음악이라는 창문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연 동지입니다. 뮤지션들은 저를 포함해 모두 고집이 세고 자아도취된 상태여서 길이 다르면 좀처럼 의기투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음악을 대하는 자세에서 동질감을 느껴 우정과 사랑을 나눠왔고 한번 뭉쳐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이들의 인연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9년 미국 뉴욕에서 거주하던 한대수는 네번째 앨범 `기억 상실'에 참여했던 재미 기타리스트 잭 리의 소개로 그의 동생 이우창을 만난다. 당시 뉴욕에서 재즈를 공부하던 이우창은 91년 한대수와 `천사들의 담화'라는 실험작을 발표하면서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김도균이 여기에 합류한 것은 97년. 한대수의 일본 후쿠오카 공연에 이우창과 함께 반주자로 나서면서 비로소 `삼총사'의 틀이 갖춰졌다.
 
적지 않은 나이 차이가 부담됐을 법도 한데 정작 막내인 이우창은 “대수 형이 가장 생각이 젊다”고 혀를 내두르고 김도균도 “헤비메탈 음악을 해온 나보다 훨씬 파격적인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고 추켜세운다.
 
한대수는 자신의 9번째 앨범 `고민'에 영어노래 `마리화나'와 베트남 혁명가 `호치민'을 담았다. 모든 금기에 도전하려는 `반골' 기질은 여전하다. 그런가 하면 `여름 노래', `겨울 노래', `오늘 가면'에서는 음유시인으로서의 서정적인 감각을 엿볼 수 있다.
 
김도균 그룹은 `정중동'에서 국악 리듬을 전자기타로 변주해냈으며이우창의 `나 없는 나'는 보사노바, 블루스, 솔,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재즈풍으로 녹여낸 연주곡들을 수록하고 있다.
 
세 앨범은 각 뮤지션들의 독집 형태를 띠고 있으면서도 서로 작사, 작곡, 편곡,연주, 노래 등에 힘을 보탠 공동 창작집이기도 하다.
 
“의견이 엇갈릴 때는 서로 허심탄회하게 의논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음악적으로 무식한 제가 늘 양보하곤 했지요. 사실 음악은 100년을 한다 해도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음악을 신과의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겸손하면서도 득도한 듯한 한대수의 말에 김도균과 이우창은 “늘 배우는 게 많았다”고 손사래를 친다. 김도균은 각기 장르의 색깔을 지키면서 음악적 조화를 이루는 일을 콩코드 여객기에 비유한다.
 
“대륙간을 오가는 콩코드 여객기는 대기권을 넘어 성층권에서 비행하지요. 다른차원으로 날아가려면 일단 땅에 내린 뒤 갈아타야 합니다. 우리도 각기 걸어온 음악적 궤도를 이탈해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는 마음으로 함께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공연 역시 세트 앨범 `삼총사'와 같은 포맷으로 진행된다. 이우창과 김도균 밴드에 이어 한대수가 차례로 단독 무대를 꾸미면서도 서로 반주와 화음을 보탠다.
 
로커 전인권과 강산에가 초대손님으로 등장하고 전통무용가 오향란(동국대 교수), 트럼페터 이주한, 기타리스트 잭 리·김인건·하치 히로부미 등도 무대에 선다.
 
물론 보너스곡으로 한대수 불멸의 히트곡 `물 좀 주소'와 `행복의 나라'도 들을 수 있다.
 
“내년 초 부산과 대구 등에서 국내 투어를 마친 뒤 미국 뉴욕과 LA,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 등에서 공연을 펼칠 계획입니다. 지금 구미나 일본 등에서는 새로운 음악이 등장하지 않아 음반업계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노래가 세계 대중음악계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설명하는 한대수의 표정에서 청년의 패기만만함과 소년의 천진난만함이 느껴진다. 68년 히피족 차림으로 통기타 하나 달랑 메고 귀국했을때와 견주어도 전혀 늙지 않았다. 문의 ☎(02)516-3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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