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이 낳은 축구스타 루이스 피구(30.레알마드리드)가 친정팀 FC 바르셀로나의 안방에서 또다시 수난을 겪으면서 피구를 둘러싼 두 클럽간 감정 대립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24일(한국시간) 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인 누캄프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정규리그에서 홈 팬들은 후반 30분 코너킥을 하려던 피구에게 위스키병과 라이터, 돼지머리 등 온갖 이물질을 투척, 경기를 13분간 중단시켰다.

피구가 누캄프에서 `집단 몰매'를 맞은 것은 이번이 두번째. 첫번째 봉변은 지난 2000년 7월 5천600만달러란 당시 이적료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로 전격적으로 이적한 뒤 3개월만에 가진 첫 나들이에서 당했다.

피구는 자신을 `배신자'로 낙인찍고 신변 위협까지 마다하지 않는 친정팀 팬들의 난동이 두려워 그간 바르셀로나 원정경기에 결장해 왔다.

바르셀로나 팬들이 피구에게 느끼는 배신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포르투갈 스포팅 리스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 95년 FC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뒤 두각을 드러낸 피구는 스페인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원하는 카탈루냐 주민들 사이에 `영웅'으로 추앙받았으나 2000년 6월 유럽선수권에서 포르투갈이 4강에 오른 직후 천문학적인 몸값을 받고 마드리드로 옮기면서 바르셀로나의 `공적'이 됐다.

오랜 라이벌 의식에 뿌리깊은 지역감정까지 맞물린 이날 맞수 대결은 0-0으로 끝났지만, 경기 후 피구는 물론 양팀 구단주까지 싸움에 가세하면서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피구는 "바르셀로나가 전세계에 이런 이미지를 남긴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고 쏘아붙였고 마드리드 구단에 지역 언론들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바르셀로나의 "미친짓"을 개탄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바르셀로나측은 "피구의 일은 자업자득"이라며 "피구가 먼저 건드렸기 때문에 팬들이 반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 유럽축구연맹(UEFA)은 곧 회의를 소집해 징계 여부 및 재발방지 대책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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