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보드를 부숴버릴 듯한 호쾌한 덩크슛 못지 않게 프로농구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 가드들의 현란한 패스다.

그런 면에서 2002-2003시즌 프로농구를 즐기는 농구팬들은 운이 좋다.

어쩌면 한국 농구의 대표 가드의 계보를 잇고 있는 강동희(창원 LG.36), 이상민(전주 KCC.30), 김승현(대구 동양.24)이 한 무대에서 코트를 휘젓는 것을 즐길 수있는 마지막 기회를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다.

6살 터울인 이들 3명은 지난 시즌 김승현이 프로무대에 데뷔하면서 처음으로 한무대에 섰다.

당시 김승현이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프로농구 출범이래 어시스트왕을 양분해 온 강동희와 이상민을 제치고 정상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었다.

올 시즌에도 이들 3명이 어시스트 판도를 주도하고 있다.

팀당 14경기씩 치른 25일 현재 김승현이 경기당 7.43개를 기록하며 한 걸음 앞서있는 가운데 강동희와 이상민이 근소한 차로 공동 2위(경기당 7.00개)에 오르며 그 뒤를 바싹 쫓고 있다.

총 개수로는 6개차여서 한 경기 플레이에 따라 순위가 뒤집어질 수도 있는 상황으로, 아직 시즌 초반이라 누가 타이틀을 거머쥘 지를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허재(38.원주 TG)에 이어 현역 선수중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강동희는 은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뼈를 묻겠다'던 울산 모비스에서 쫓겨나 연봉이 8천만원이나 깎이는 수모속에 LG로 둥지를 옮긴 강동희는 전성기 못지 않은 현란한 패스워크로 팀을 공동 선두로 이끌고 있다.

최근 사상 처음으로 2천 어시스트 고지에 올랐던 강동희는 특히 24일 서울 SK전에서 올 시즌 한 경기 최다인 1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테렌스 블랙의 앨리웁 덩크슛으로 연달아 이어진 어시스트는 신기에 가까웠고 그가 재치있게 패스해 준 볼을 이어받은 동료들은 쉴 새 없이 3점슛을 터뜨렸다.

김승현의 기세도 여전하다. 아시안게임 관계로 체력이 떨어졌던 탓에 초반 부진하기도 했지만 1라운드를 지나면서 기량을 회복, 지난 주말 2경기에서 평균 9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이 부문 선두로 올라섰다.

`최고 용병' 마르커스 힉스와의 콤비 플레이는 갈수록 무르익고 있고 경기를 읽는 판단력도 한 단계 더 성숙해졌다는 평가다.

아시안게임 필리핀과의 준결승에서 감격적인 역전 3점 버저비터를 터뜨렸던 이상민도 두 선수 못지 않은 물오른 기량을 선보이고는 있지만 부진한 팀 성적때문에 빛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점점 팀이 짜임새를 갖춰가고 있어 '98-'99시즌에 올랐던 어시스트왕에 대한 도전을 숨기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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