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많은 대학들이 세계 100위권 진입을 목표로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은 시대적인 요구라고 볼 수 있다. 외국대학의 벤치마킹 일환으로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등 몇몇 유명대학을 찾았다. 세계 100위권 대학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산규모, 발전기금 모금액, 교수 대 학생비율, 교육 및 연구 인프라, 시장 중심적 실용주의 교육과정, 대학개혁 정책, 세방화(glocalization) 추진 등 어느 하나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모든 대학들이 세방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었다. 많은 나라 사람들이 미국유학을 오고 있지만 미국도 이제는 외국에 나가서 배워야 세계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절박한 인식을 갖고 많은 교수와 학생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다른 한편 대학이 소재한 지역에 대한 교육과 연구를 강조하면서 지역학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었다. 대학이 위치한 지역의 역사, 문화, 정치, 경제, 사회 관련 다양한 강의를 개설해 지역사회에 대한 폭 넓은 이해와 정체성 확립을 꾀하는 지방화도 추진하고 있었다.

       

국내 대학들 지방화에 소홀

우리나라 대학은 모두가 세계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지방화는 소홀한 감이 없지 않다. 인천의 경우 지정학적·지경학적 특성상 동북아의 관문도시로서 국제적인 항구, 동북아의 허브 공항,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으로 세계화 여건은 충분하게 조성되어 있지만 지방화 추진은 불비한 측면이 있다.

지방화의 걸림돌은 인천시민의 마음속에 아직도 `인천은 없다'는 의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이라는 지역적 공간이 없다는 의미보다는 인천 거주자들의 정체성 결핍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인천은 수도권의 일부 또는 서울의 관문이라는 변방의식, 향토의식과 주인의식의 결여, 타향의식과 뜨내기 정신의 팽배 등이 인천을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간주돼 왔다.

`인천이 있기' 위해서는 공항이나 항구, 경제자유구역 등과 같은 가시적 실체 못지않게 인천시민의 심리적 정향인 애착심과 정체성도 요구된다. 그렇다고 인천지역주의를 부추기자는 의미가 아니다. 자기가 살고 있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인천이 어떤 곳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이 자자손손 터잡고 살고 싶은 도시가 된다면 인천시에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한한 기쁨과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고 애착심과 정체성이 저절로 솟아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천지역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이 지역 학생들에게 인천학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인천에서 태어나 지역학교를 나오고 또한 이 지역에서 평생을 살아가려면 최소한 지역에 대한 역사, 전통,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각급 학교에서 인천학을 가르칠 수 없다면 적어도 대학에서라도 인천학을 수강할 수 있는 기회를 폭넓게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인천대에 `인천학연구원'이 2002년 2월에 개설돼 인천관련 세미나 개최와 각종 저널 및 단행본 발간 등으로 불모지대였던 인천학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다행이다. 2004년 12월 `인천문화재단'이 설립됐으며, 이민사·향토사·생활사 박물관 등의 건립이 추진중에 있어 인천을 있게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화에 앞선 지역이해가 수순

 

국사교육도 고 2부터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으로 전락하고 국가고시에서 국사 과목이 빠지는 상황에서, 그리고 세계화라는 문명사적인 변화 속에서 인천지역학을 가르치라는 것은 비현실적 생각이라고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이해 없이 세계화를 위한 국제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하는 말이다.

홍득표 객원논설위원(인하대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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