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임시국회에서는 경제특구에 들어서는 외국병원에 내국인 진료 허용을 골자로 하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물론 원안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병원은 외국인 전용의료기관이었다.

내국인 진료 허용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가?

외국병원은 국내병원과 동일한 환자를 보게 함으로써 일정 정도 수익을 보장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병원보다 5~7배 비싼 진료비, 건강보험 제외, 영리법인 허용, 세제 및 자금지원 혜택 등 각종 특혜를 받게 된다.

이러한 외국병원이 누리게 될 특혜에 대해 국내병원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벌써부터 국내병원 진출제한 `역차별' 논란을 핑계로 국내 유명대학병원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경제특구에 내국병원 진출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보다 획기적인 수준의 의료수가 인상과 규제완화를 요구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나아가 국내병원의 영리법인화와 건강보험 제외를 주장할 것이다. 즉,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외국 영리법인 병원은 `경제자유구역'에만 국한되는 사안이 아니고,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순간 국내 의료제도 일반의 문제로 전환되는 것이다. 따라서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순간 이상과 같은 제도 변화가 필연적으로 예상돼 실질적 의료시장 개방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렇게 의료시장이 개방되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가?

그 동안 불만족스럽지만 그나마 우리 국민들의 건강을 지켜주던 건강보험제도의 기반이 붕괴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대체할 민간의료보험의 등장이 필연적이다. 즉,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의료보장-의료공급-의료이용체계 전반의 변화를 야기할 것이 예상된다.

그리고, 부유층이 이 지역 고급 병원에만 몰려 민간보험으로 전환하면 건강보험 재정은 저소득층만 부담케 되는 의료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될 것이다. 또한, 내국인은 외국 병원에서 국내 의료기관 보다 5~7배 비싼 의료비 지불, 국내의료기관의 고급화 경쟁 등을 통해 그 동안 건강보험 제도를 통해 통제됐던 의료비 증가가 일시에 무너지게 돼 급격한 의료비 증가가 예상된다.

우리는 이러한 경제특구내 내국인 진료 허용을 계기로 본격적인 의료시장이 개방되기 전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거대한 의료시장의 개방의 흐름을 역행하기 어려운 상황은 이해하지만 오히려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를 위해서도 당장 시급한 것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의료의 공공성 강화' 및 건강보험 및 의료보장 사각지대의 대상자들을 위한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다.

우선 현재 56.4% 수준에 머물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2008년까지 70% 수준으로 올리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행히도 건강보험의 재정상황은 매년 좋아져 2002년 2조6천억원에 이르렀던 적자가 2004년말 모두 해소하고 흑자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말 정부에서는 2005년에 1조5천억원 규모에 이르는 급여확대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 개선이 본격 거론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그 다음으로 현재 15%인 공공의료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는 세계 어느 나라든 공공재적 특성이 무척 강한 분야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공공의료의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미약한 국가의 하나로 꼽히고 있어 보건복지부는 내국인 진료 허용의 전제조건으로 공공의료 확충을 내걸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비율은 미국(33%), 일본(36%), 영국(96%)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건강보험은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는 국민, 질병으로 인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국민을 보호하는 제도이다. 그 동안 건강보험은 본연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 왔으며 앞으로도 국민과 함께 할 것이다. 부디 서민들의 마지막 보루인 건강보험이 무너지지 않도록 처음부터 방향을 잘 설정해야 할 것이다.

김소망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천계양지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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