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행정이 시작된 지 44년이 되어간다. 1950년부터 3년간 동족 간의 전쟁을 치르고 난 뒤에 황폐화된 바탕 하에서 당시 우리 국민 모두가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상태에서 보훈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은 경제개발과 함께 그 효시를 이루고 있다 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보훈관서가 25개가 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보훈관서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원격지에 소재한 보훈가족들은 정보와 편의성에서 다소간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이러한 점을 극복하고자 올 3월부터 전국적으로 `이동보훈청'이란 이름으로 최근접 서비스를 실시하게 된다. 이동보훈청은 9인승 승합차에 노트북 컴퓨터를 구비하고 팩시밀리와 프린터 등을 장착해 사무실에서 제공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이동보훈팀장을 중심으로 해 주로 원격지 중심으로 활동하게 된다.

우리 인천보훈지청이 보훈행정으로 관할하는 지역은 인천시 전역과 인접 경기도지역인 부천, 광명, 김포를 아우르고 있다. 현재 국가유공자와 참전유공자 등 보훈대상자가 6만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부양가족까지 포함하면 대략 25만명의 보훈가족이 등록돼 있다.

이동보훈서비스도 인천보훈지청이 지향하는 `찾아가는 서비스' 정신으로 최고의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안을 두고 있지만, 이미 다른 보훈청에서 시험적으로 실시한 결과 몇 가지 문제점이 도출된 만큼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이왕에 시작된 제도가 보다 성공적으로 정착되길 바라면서 주의해야 할 요소를 점검해 보고자 한다.

우리 보훈행정은 경우에 따라서는 보훈대상자가 직접 보훈청까지 내방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민원인의 대부분이 65세 이상인 경우가 많아 연로해 불편할 듯 하지만 이분들이 보훈청에 오는 것을 일종의 즐거움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있다. 아무리 멀티미디어 시대에서 인터넷과 전화 등으로 민원이 해결될 듯 해도 대부분의 보훈대상자들은 보훈공무원과 인간미를 느끼면서 직접 상담을 통해 궁금한 것을 해소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물론 이동보훈청도 그러한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지만, 보훈대상자들이 보훈청이란 사무실에서 느끼는 그 분위기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지가 하나의 관건이다.

또 하나의 주의할 요소로는 우리 관내에는 관할 범위가 넓다 보니 얼마나 현장 근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 하겠다. 인천보훈청에서 자동차로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김포, 강화 지역이 있다. 그리고 백령도, 대청도, 연평도, 영흥도 등 서해 도서지역으로 구성된 옹진군도 포함돼 있다. 비록 그 지역 보훈대상자의 숫자는 얼마 안되지만 결코 보훈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는 보훈청 근접 지역에 거주하는 보훈가족에 비해 조금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보훈은 국가에 대해 공헌하거나 희생한 정신에 대해 응분의 예우와 지원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숫자의 다소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원격지에 얼마의 기간을 두고 현장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엄격한 분석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현장 서비스를 실시하는 데 있어 내방 민원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차량으로는 부족하고 전진기지로서 체류할 공간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각 지역마다 보훈단체 건물이 있다. 그런데 자주 사용하는 경우는 회원들의 공간적 제약도 받게 되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런 점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우리 인천보훈지청은 이상의 요소에 대한 충분한 대비를 해 보훈대상자의 최근접 거리에서 신속하게 고충을 해결하고자 하는 이동보훈청의 취지를 살리면서, 이동보훈청이 보다 풍성한 결과를 거두기 위해 보훈청의 지표로 설정한 `시민과 함께하는 보훈'의 일환으로 전개하고 있는 `이달의 국가유공자' 사업이 제대로 현장에서 전파되고 있는지 점검도 하고, 태극기 게양 등에 대한 현장 실태 파악과 분석으로 제고 방안을 강구해 `보훈사랑 나라사랑'이 구현되도록 지원하는 등 전방위 보훈서비스 제고에 주안점을 두려고 한다.

권율정 인천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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