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사우디 아라비아의 관계가 1973년 석유위기이래 최악의 상태라고 BBC 방송 인터넷판이 지난 28일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반사우디 감정이 전역을 휩쓸고 있다. 9·11 항공기 납치범들의 대부분이 사우디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정부가 알-카에다 탄압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증거는 거의 보지 못했다는 것이 미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이다.
 
이에 대해 일부 사우디 국민들은 미국제품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다.
 
사우디 정치제도를 개혁하려는 사우디내 자유주의자들이 타격을 받게된 것도 양국관계 악화로 나타난 부작용중 하나다.
 
사우디의 보다 온건한 매체의 기자들도 날로 고조되는 양국간 적대분위기를 직접 경험하고 있다.
 
영자지 `아랍뉴스'의 할레드 알-마이나 편집장은 미국의 인터넷 독자들로부터 하루 최고 1천통의 증오메일을 받고 있다.
 
알-마니나 편집장은 사우디 아이들을 탱크로 깔아 뭉갤 것이라든지, 메카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겠다는 내용의 증오메일들이 차츰 줄어들다가 9·11 1주년을 앞두고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슬프기는 하지만, 미국이 9·11 테러와 관련 사우디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들은 사우디 뿐만 아니라 전 아랍인들을 상대로 미국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오이에서 컴퓨터까지 다양한 상품을 갖춘 리야드의 대형 할인매장 `유로 마르세'의 경우를 보면 미제 불매운동의 효과는 상당하다.
 
아딜 알-하비브 점장은 “우리 매장에서는 하루에 펩시콜라 3만 상자를 팔아 세계기록을 세운 적도 있으며 연간 평균 20만상자 이상을 팔아왔다. 그러나 올해에는 5만상자를 팔기도 힘들 것 같다. 콜라 값이 조금 오르기도 했지만 불매운동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많은 미국산 제품 판매도 50%이상 떨어졌다면서, 미국산 상품의 가격표는 매일 미국산을 팔지말라는 낙서로 더럽혀진다고 덧붙였다.
 
많은 사우디인들은 아직도 미제 대형차를 타고, 미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불매운동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사우디의 불매운동이 장기화된다해도 미국의 거대한 경제에 타격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이보다 심각한 것은 사우디인들이 대미 투자분 회수이며 일부는 투자회수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고있다.
 
제다소재 킹 압둘라 아지즈 대학의 와히드 함자 하심 교수는 “미국이 은행에 예치된 우리의 금융자산을 동결하겠다고 위협하고, 비자를 얻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미국에 가면 무고한 사람이 테러리스트처럼 구금될 수 있는 상황에서 투자회수는 극히 자연스런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하심 교수는 자신은 투자회수에 반대하지만 미국이 계속 사우디를 괴롭히고 있기 때문에 자신과 같은 소수의 자유주의자들이 점점 공세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알-마이나 편집장은 자신도 같은 압력을 받고 있다고 있다면서 그러나 사우디가 좀더 개방적이 되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을 사우디에 오게해서 사우디에 아무 것도 숨길게 없음을 보여주고, 길거리의 평범한 사우디인들을 만나게해야 한다”주장하며 “증오메일을 보내는 독자들은 사우디인이나, 이슬람교도, 아랍인들을 한번도 만난 적이 없이 이들에 대해 간접적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이 보다 침착한 목소리들은 미국이나 다른 서방국에서는 묻혀지고 만다는 것이다.
 
사우디주재 외교관들은 사우디가 자국에 부여된 권한이상으로 알-카에다를 추적하고 있지만 미국 언론의 공격은 최고조에 달했다고 말한다.
 
그들은 양국관계가 심상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특히 미국쪽에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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