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슬프도다. 개·돼지만도 못한 우리 정부의 대신들이 자기 혼자 잘 살고 부귀를 누리는데 눈이 어두워... 나라를 다른 나라에게 바치고 2천만 백성을 다른 나라의 노예로 만들었으니... 아! 슬프도다. 찢어질듯한 마음이여 아프고 아프도다. 오늘 이 날을 목놓아 통곡하노라...' 1905년 일제의 강압으로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황성신문의 장지연 주필은 일제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비난하고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을 매국노로 규정하면서 오늘은 대성통곡을 해야하는 날이라는 의미로 `시일야방성대곡'이라는 논설을 썼다. 이 일로 장 주필은 경무청에 수감됐고 황성신문은 무기정간을 당했다. 최근 주한미군과 정부의 행태를 보면 이 나라가 정말 독립된 주권국가로서 제역할을 하고 있는지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다. 미군은 최근 채 피워보지도 못한 여중생을 탱크로 깔아 죽인 미군 범죄자들에게 모두 무죄평결을 내렸다. 미군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자신의 동료에게 유죄를 평결할 것이라고는 애초부터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꼴이 됐다. 그것이 미국이고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여기에 정부는 미군측의 무죄평결 결과에 대해 미군측의 사법절차를 존중한다는 납득하기 힘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우리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야할 경찰은 미군의 무죄평결이 있은 후 미군부대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는 우리 국민들을 방패와 곤봉으로 무지막지하게 구타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한국의 경찰이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같은 국민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모습을 미군들은 비웃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미국에 대한 국민의 감정이 더욱 나빠지고 있고 미군철수와 미국반대까지 거론되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정부의 쩔쩔매는 모습을 보며 이 나라가 미국의 식민지냐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정부는 평등한 대미관계를 위해 SOFA개정을 포함한 자주국가로서 당당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시일야방성대곡은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원통하고 원통하다. 동포여! 동포여!'
(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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